스티븐 코슬린 학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 미네르바대 경영진은 학생 교육에 중심을 둔 미래 대학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네르바대 제공
이세형 국제부 기자
바로 스티븐 코슬린 미네르바대 학장이다. 대학 교육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코슬린 학장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대학은 어떤 곳일까. 최근 미네르바대의 국내 협력대학인 한양대와 융합교육 및 교육방법 혁신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코슬린 학장은 인터뷰 내내 ‘잘 배울 수 있는 대학’을 강조했다.
그는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이른바 연구중심대(대학 운영의 중심을 교수 연구 성과 높이기에 둠)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다양한 국제 대학평가에서 최상위권에 오르는 대학들이지만 학생 교육을 가장 우선적인 가치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교육 내용과 방법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코슬린 학장의 이런 지적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교수 연구 성과 높이기에 집중해온 한국의 대학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명문대들은 국내외 대학평가들이 교수 연구 성과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 분야 중심의 발전 전략을 유지해왔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평가기관 중 하나인 영국 QS가 올해 진행한 세계대학평가(올 6월 기준)에서 한국 대학들은 100위 이내에 4곳, 101∼200위 이내에 3곳이 들었다. 비슷한 경제·인구 규모를 지닌 나라 중에선 괄목할 만한 성과다. 심지어 QS 대학평가에서 200위 안에 든 한국 대학들의 순위는 미국 ‘아이비리그’(하버드대 등 동부 8개 명문 사립대)에 속하는 다트머스대(169위)보다 모두 높다.
다트머스대는 미국 최상위권 대학 중 대표적으로 학부 교육 중심의 대학 운영을 지향하는 곳이다. 교수 연구보다 학생 교육에 역량을 집중하는 학풍이다 보니 연구 성과를 비중 있게 평가하는 QS 평가 같은 순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럼에도 다트머스대에서는 ‘학부 교육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연구에 대한 지원도 학부 교육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식의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다트머스대의 모습은 미네르바대 못지않게 한국 대학가에 큰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대학 간 경쟁에서 연구 성과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이기도 하다. 동시에 명문대들, 조금 과장하면 사실상 모든 주요 대학이 연구중심대를 지향하는 한국의 모습이 정상적인 것만은 아니란 점을 증명한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