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를 할 때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들
손으로 가리지도 않고, 사람들이 없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지도 않고, 사람들이 많은 곳이건 말건 힘껏 재채기하는 것은 아마 미국인들이 식겁하는 ‘무 매너 베스트 3’ 안에 들어갈 겁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에티켓이죠.
재채기는 영어로 ‘스니징(sneezing)’이라고 합니다. 참을 수 없는 생리현상입니다. 그래도 절박한(?) 순간에 지키는 매너는 더욱 빛나죠. 미국인들은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팔뚝으로 많이 가립니다. 손보다 가리는 면적이 넓고 소리도 덜 나기 때문이죠. 재채기를 한 후엔 혼자 뭐라고 중얼거립니다.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면 “미안하다”(Excuse me 또는 I‘m sorry)고 합니다. 재채기를 한 것이 주변에 폐를 끼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돼지독감이 유행했을 떄 재닛 나폴리타노 전 국토안보부 장관이 한 학교를 찾아 기침이나 재채기를 가리고 하는 시범을 보이는 모습
한국인들은 외국에 나가면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은 상냥한데 말이죠. 그럴 때 옆 사람이 재채기를 했다면 ‘블레스 유‘라고 해주면 완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뀝니다.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고요? 사실 저도 미국생활 초창기에는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재채기라는 ’거사‘를 치른 후 약간 계면쩍어 하는 당사자에게 축복을 해주면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 뒤 미국에 가서 영어실력을 테스트하고 싶은데,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 말을 걸기는 좀 그렇죠. 그럴 때는 상대방이 재채기하기를 기다리세요. 축복을 해주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상대방이 재채기를 안 한다면? 그러면 그냥 말을 거세요. 미국인들의 특성은 서로 모르는 타인들끼리도 얘기를 잘 나눈다는 겁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