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 신청 소식을 보도한 동아일보 1997년 11월 22일자 1면.
1997년 12월 3일 정부와 IMF는 이 같은 내용의 협상을 타결했다. 한때 외환보유액이 39억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였다. 7월 태국에서 촉발된 동남아시아 외환위기가 이어졌지만 정부는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내 문제도 심각했다.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구조, 무분별한 단기외채 도입, 기업들의 방만한 차입경영과 관치금융, 전투적 노사관계 등이 나라밖 위기와 맞물리면서 IMF 관리체제를 맞게 됐다.
그해 동아일보는 ‘IMF의 충격과 교훈’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대가는 혹독했다. 금융회사에 진 빚을 갚지 못한 기업들이 부도와 경영 위기를 겪었고 많은 근로자가 해고됐다. 부실은행들은 다른 은행과 강제로 통폐합되는 등 정부 주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받아들여야 했고 외국 자본에 팔리기도 했다.
회사원들이 구조조정으로 해고되거나 명예퇴직하면서 중산층은 무너졌다. 가장의 위신이 추락했고 중년 여성들이 생계형 취업에 나섰다.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이 급증했다.
청년 실업 문제도 컸다.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직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안정된 직장을 갖지 못한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면서 출산율도 크게 떨어졌다.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동아일보DB
외환위기 20년이 흐른 지금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한국 경제는 ‘냄비 속 개구리’이며 ‘제2의 IMF’를 우려하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KDI의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 구조개혁에 남은 시간이 ‘1~5년’이라는 응답이 90%가 넘었다. 다시 외환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철저한 개혁과 변화를 서둘러야한다는 얘기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