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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베이스볼] ‘군테크’가 팀 운명을 바꾼다

입력 | 2017-11-21 05:30:00

LG 오지환-삼성 박해민(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군테크’가 팀 운명을 바꾼다. 프로야구 현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재태크는 기업이나 가정이 보유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최대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뜻한다. 선수는 프로야구 팀의 가장 큰 자산이다. ‘군테크’는 여기에서 파생된 말이다. 잘 나가는 강팀을 보면 유망주의 성장과 입대, 전역 후 1군 주전선수와 세대교체가 톱니바퀴 돌아가듯 안정적으로 이어진다. 프런트가 확실한 계획을 세우고 현장과 소통해 입대시기를 결정한다. 1군 주축 전력의 나이, 프리에이전트(FA) 획득 시기, 1.5군 대체 전력의 기량 등이 모두 고려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많다. 교체된 감독이 당장 급한 성적을 위해 나이가 꽉 찬 핵심 전력의 입대를 미루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결국 20대 후반에 입대해 팀의 전력구성 및 선수 개인 커리어에 큰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KBO리그 각 팀들이 올해부터 2차 드래프트 자동보호 선수에서 군보류 인원을 제외하기로 합의한 것도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입대를 막기 위한 자발적인 조치다.

2014 아시안게임 대표 당시 나지완-KIA 안치홍(오른쪽). 스포츠동아DB


올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선 KIA의 힘에는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군테크’가 큰 몫을 했다. 사실 심하게 엉클어질 뻔했지만 운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KIA 나지완은 2010시즌 이후 입대를 원했지만 감독 교체의 영향으로 군복무를 본의 아니게 미룰 수밖에 없었다. 2014년 아시안게임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면 시즌 중 입대할 상황이었다. 그 해 대표팀에서 탈락한 안치홍은 코칭스태프와 구단이 반대했지만 강력하게 입대를 원했다. 결국 같은 해 입대한 김선빈과 함께 돌아와 팀 우승의 중심이 됐다.

두산은 ‘군테크’에 한해서는 리그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리그 최정상급 외야수로 성장한 박건우와 내야수 허경민, 최주환 모두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병역을 빨리 마치고 팀 세대교체의 중심이 됐다. 퓨처스 리그에서 인정을 받은 후 상무와 경찰 야구단에 합격해 한 단계 더 성장의 계기로 삼아 향후 즉시전력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베테랑 프런트들의 소중한 경험이 두산의 큰 힘이다.

두산 박건우-허경민-최주환(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내년 만 28세가 되는 LG 오지환은 수차례 입대시기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놓쳤고 결국 내년시즌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마지막 희망을 걸게 됐다. 동갑내기지만 생일이 빠른 삼성 박해민도 나이를 꽉 채웠다. 현 LG 사령탑인 류중일 감독은 삼성 시절인 2016년 “배영섭이 전역한 직후 박해민을 바로 보내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워낙 기량이 만개한 시점이라 선수와 구단 모두 망설임 끝에 입대를 미룬 시점이었다. 신인 때부터 주전으로 뛴 오지환, 늦게 만개한 박해민은 정반대의 경우지만 입대시기를 놓친 것이 지금의 큰 부담감으로 되돌아 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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