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로 재계 ‘몸사리기’ 삼성-현대車 무상수리같은 지원뿐… 모금 주도했던 전경련도 “못한다”
경북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 6일째를 맞지만 주요 기업들이 예년과 달리 선뜻 성금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국정 농단 사태 여파로 대기업이 다같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사회공헌 관련 기탁 문화가 전반적으로 움츠러든 데다 성금 모금을 주도할 재계 구심점도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삼성 주요 계열사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주요 그룹은 이날까지 포항 지진 관련 성금 기탁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처럼 예기치 못했던 자연재해로 피해가 생기면 경제단체가 주도해 삼성을 시작으로 주요 그룹들이 자산 규모에 맞춰 성금을 내놓곤 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로는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진 발생 지역에 특별서비스팀을 파견해 무상으로 가전제품을 수리해 주는 것 외에 별도 회사 차원의 성금은 아직 계획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피해 차량 수리비 및 무료 세차 서비스 등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성금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LG 역시 이재민들이 모여 있는 포항 실내체육관에 전자레인지를 지원하는 한편 자사 가전제품이 지진으로 고장이 난 경우 할인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그룹 차원의 성금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SK는 “여러 가지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경북도와 함께 성금을 모으고 있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까지 모인 성금은 모두 37억8665만 원이다. 포항에 지역 연고를 두고 있는 포스코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15억 원을 내놓은 게 가장 큰 기부액이고 KT&G가 5억 원을 약정 기탁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