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公 시험도로서 기술시연회 선두차 급정거에 뒷차량 연쇄 감속… 승용차 끼어들자 스스로 충돌 피해 폭설 상황 정보에 경고문구 반짝 “2026년엔 완전 자율제어 진입”
20일 열린 자율차 협력주행 시연 행사에서 ‘티볼리 에어(쌍용차 개발)’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에 멈춰선 승합차를 피해 차로를 바꿔 달리고 있다. 운전자는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자율차 스스로 위험요소를 비켜 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일 국토교통부는 경기 여주시 한국도로공사 시험도로에서 자율차 협력주행 기술시연회를 열었다. 그동안 자율차가 자체 센서를 이용해 도로를 달리는 행사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도로변 감지장치, 운영센터 등 도로 주변에 설치된 인프라를 통해 운전자의 조작 없이 공개 시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평 국토부 첨단자동차기술과장은 “차량 기술과 스마트 도로 시스템이 시너지 효과를 내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하게끔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연회에는 쏘나타(자동차부품연구원 운영), 아이오닉(현대자동차), 티볼리 에어(쌍용차) 등 3대의 자율차가 등장했다. 이들은 편도 2차로, 7km 구간을 운전자 조작 없이 5분 만에 통과했다. 안전을 위해 각 회사 소속 운전자가 운전석에 탔지만 운전대는 잡지 않았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일렬로 운행하던 차량들 중 선두 차량이 급정거하는 상황. 자율차의 운전석에서는 갑자기 속도를 줄인 선두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급정거한 차량이 보낸 경고신호를 수신하자 속도를 50∼60km로 감속한 뒤 차로를 바꿔 피해 갔다.
자율차는 이 밖에 공사 구간, 정차 차량이 차로를 가로막은 구간 등을 무리 없이 통과했다. 운전석에 앉은 연구원은 손을 핸들에서 떼고 책을 펼쳐 보이는 등 여유를 보였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은 자율차-도로변 감지장치-운영센터 간의 끊임없는 ‘삼각교신’ 덕분이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이 구간에는 폐쇄회로(CC)TV 9개와 레이더 검지기(장애물 출현 등 돌발 상황 파악 장치) 1개, 기상정보 수집 장치 1개 등이 설치돼 있다. 이들이 보낸 도로 상황 정보는 중앙운영센터로 모인 뒤 1km당 1대꼴로 설치된 노변기지국 8곳을 통해 각 차량으로 전송된다. 이를 자율차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분석해 운전자 대신 차량을 제어했다.
최인구 도로공사 자율협력주행연구단장은 “자동차 자체 센서만으로는 공사구역에 깔리는 소형 고깔(라바콘) 등을 감지할 수 없지만 도로의 첨단 인프라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위험 구간을 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2, 3년 뒤 자율차가 일반도로에 나왔을 때 도로 위의 모든 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도심 도로에서는 승용차뿐만 아니라 자전거, 보행자 등 다양한 위험요소가 도로로 뛰어들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첫 공식 운행에 나선 자율주행 버스가 후진하는 트럭에 부딪히기도 했다.
국토부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노변센서 등을 고도화해 AI가 감지·대비하지 못하는 안전 사각지대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자율차가 보행자 스마트폰 등과 교신하게 해 돌발 상황을 피하는 등의 보행자 안전 확보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김창기 국토부 첨단도로안전과 사무관은 “자율주행 환경에 맞도록 도로 인프라를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내년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주=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