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强震 파장]주민 “철근 간격 설계기준 안지켜”… 기둥 크게 부서져 부실공사에 무게 기울어진 대성아파트 ‘수리 불가’… 재건축까진 최소 2, 3년 걸릴듯
벽 갈라진 아파트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외벽에 크고 작은 균열이 선명하다. 이날 강한 여진이 잇따르자 일부 주민은 남은 짐을 챙겨 나오기도 했다. 이 아파트 역시 피해가 심해 철거가 불가피한 상태다. 포항=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 철거 대상 원룸은 모두 필로티 구조
원룸 건물은 포항시 북구 장성동에 4곳, 덕수동과 양덕동에 각각 1곳이다. 모두 벽체를 없애고 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필로티 구조였다. 건립 연도는 2007년 2곳을 비롯해 2011년 1곳, 2012년 1곳, 2014년 1곳, 2015년 1곳이다. 현재 총 77가구가 거주 중이다.
전문가들은 부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장성동의 한 원룸은 2011년 지어진 4층 규모의 건물이다. 지진 때 건물을 받치는 기둥 8개 가운데 3개가 주저앉았다. 기둥 내부의 철근은 크게 휘어져 한눈에도 위험해 보였다. 현재 두께 30cm가량인 임시 철제 지지대 20여 개가 아슬아슬하게 건물 붕괴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원룸 주인은 “설계에는 철근 간격이 15cm인데 시공은 30cm 간격으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지대가 없었다면 여진 때문에 건물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동의 또 다른 원룸 사정도 비슷하다. 기둥 11개 가운데 3개에서 어른 엄지손가락이 들락날락할 크기의 균열이 났다. 나머지 기둥도 길이 1m 이상의 금이 보였다. 덕수동의 3층 원룸도 기둥 1개가 심하게 부서지고 160cm가량 균열이 난 상태다.
유영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도시연구소장은 “지난해 경주 지진을 겪고도 안전의식은 제로에 가깝다. 필로티 구조의 주택은 설계 단계부터 구조안전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결국 보금자리 떠나는 주민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한 원룸 건물의 필로티 기둥이 심하게 파손돼 철제 지지대 10여 개가 건물을 떠받치고 있다. 이 건물도 철거 대상으로 잠정 분류됐다. 포항=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대성아파트는 전체 6개동 260가구 중 3개동(170가구)이 큰 피해를 입었다. 현실적으로 일부만 재건축이 어려운 만큼 전면 철거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건물 철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가 정부에 철거를 건의해도 합동점검단의 정밀 조사가 끝나야 한다. 최소 몇 주일에서 최대 몇 개월이 걸릴 수 있다. 재건축까지는 최소 2, 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 관계자는 “아직 건의 단계지만 사실상 철거를 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입주민 동의와 시공사 선정, 주변 건물과의 형평성 논란 등 예상 문제점을 확인 중이다”라고 말했다.
포항=장영훈 jang@donga.com·황성호·구특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