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채널A 캡처
땅콩 회항, A4용지 140여 장의 ‘갑질’ 매뉴얼,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라”는 또다른 갑질.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뭘까. 정답은 구설에 오른 인물이 ‘재벌 3세’라는 것이다. 지난 2015년 관객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영화 ‘베테랑’ 속 주인공 조태오 또한 ‘재벌 3세’로 그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5)의 3남이자 ‘재벌 3세’인 김동선 씨(28)가 지난 9월 만취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만취 난동을 벌여 경찰에 연행됐다가 재판에서 “구치소 생활을 하며 많은 반성을 했다”고 선처를 호소한지 채 1년이 안 돼 발생한 일이다. 대체 왜 유독 ‘재벌 3세’ 관련 사건 소식이 많이 들리는 걸까.
창업 2세대만 해도 어린 시절 창업자인 부친의 고생을 지켜본 경험이 적지 않다. 그러나 3, 4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들만의 성(城)’에 갇혀 왜곡된 선민(選民)의식에 젖을 위험성이 높다.
홍성추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은 지난해 출간한 저서 ‘재벌 3세’에서 “(재벌 3세는) 온갖 특혜를 누리며 살기만 했고 기업 경영과는 거리를 둔 채 유학 등의 시간을 거치며 한국의 사회·경제 전반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며 “재벌 3세가 기업에서 갖고 있는 권력은 무소불위이고, 입사 후 바로 임원이 된다. 차후에 오너가 될 이들에게 바른말을 해 줄 사람은 없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창업주가 사업을 일구고 그룹을 키우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재벌 2세와 달리 재벌 3세는 태어나면서부터 ‘급’이 다른 인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홍 원장은 “재벌 3세가 누리는 특혜는 그만큼의 ‘왕관의 무게’를 져야 한다”면서 “(재벌 3세가) 무임승차의 태도나 갑의 자세를 버리고 국민의 시선으로 위기에 대처하는 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