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손가락이 바빠졌다.
홍 대표는 21일 베트남 방문 중에도 페이스북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시간 오전 11시경 “당시 일부 야당 원내대표가 (국회 특수활동비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부분은 내 기억의 착오 일수가 있다”고 올렸다. 처음엔 ‘기억의 착오’라고 올렸다가 ‘내 기억의 착오’라고 수정까지 했다. 어떤 문제든 절대 소신을 굽히지 않던 홍 대표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한 발 물러선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홍 대표의 손가락이 바빠진 것은 과거 자신의 발언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 중인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이 국회 특수활동비 유용 논란으로 불이 옮겨갔다. 더불어민주당은 홍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 겸 국회 운영위원장 시절이던 2008년 국회 특활비를 유용한 의혹이 있다고 제기했다. 홍 대표가 2015년 5월 고 성완종 연루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매달 국회 대책비로 나온 4000만~5000만원씩을 전부 현금화해 국회 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던 발언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홍 대표의 해명 이틀 뒤 돈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 당시 야당에서 나왔다. 20일 당시 통합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제1야당의 원내대표였던 저는 그 어떠한 명목으로도 홍준표 당시 국회 운영위원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원 의원은 “언제, 어떻게, 야당 원내대표들에게 국회 운영비를 보조했다는 것인지 분명한 해명을 요구한다.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가 없으면 부득이하게도 법적 조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홍 대표를 몰아붙였다.
홍 대표는 ‘내 기억의 착오’를 인정하면서도 “국회 운영위원장도 상임위원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여야 상임위 간사들에게 특활비 중 일부를 국회 활동비 조로 지급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또 돈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운영위 간사를 맡았던 서갑원 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본인은 당시 야당 원내수석부대표이자 국회 운영위 야당 간사로서 홍준표 위원장으로부터 단 돈 10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거짓으로 거짓을 덮으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평소 페이스북을 이용해 ‘박근혜 출당’ 등 중요한 정치적 선택을 밝히고, 지지자들과 소통해왔다. 하지만 해명에 해명을 거듭하면서 걱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원혜영 의원은 홍 대표가 ‘기억의 착오’를 인정하자 “평소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한 이가 유독 이 일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씁쓸했다. 국민들로 하여금 더욱 더 정치를 불신하게 만드는 근거 없는 언행을 삼가고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