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으로 철거가 불가피한 원룸 건물은 공통적으로 부실시공이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났다.
21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학산동의 한 원룸. 기둥 22개 가운데 2개가 심하게 파손돼 철거 대상으로 분류됐다. 장준호 한국첨단방재연구소장(계명대 토목공학전공 교수)이 뼈대를 드러낸 기둥을 꼼꼼히 살펴봤다. 한쪽 면의 두께 2㎝가량의 4개 주철근(主鐵筋·건물 하중을 지지하는 철근)이 모두 크게 휘어진 상태였다. 주철근을 둘러싸는 형태로 잡아주는 두께 1㎝가량의 띠철근 2개는 아예 끊어져 있었다.
띠철근의 위아래 간격도 달랐다. 위쪽은 8㎝가량이지만 아래쪽은 10㎝가량으로 넓었다. 간격을 넓혀 띠철근의 양을 줄였을 가능성이 높다. 장 소장은 “내진 성능을 높이려면 띠철근이 튼튼하게 주철근을 잡아줘야 하는데 이 건물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선진국은 나선형 모양의 철근을 활용해 아래부터 전체 주철근을 감싸서 내진 강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같은 날 북구 장성동의 원룸은 계단 입구가 정면 왼쪽 끝에 있었다. 기둥 8개 가운데 3개의 파손 정도와 내부 균열이 심해 철거를 해야 할 상황이다. 지진 충격이 건물 균형을 무너뜨려 하중이 기둥으로 몰린 탓이다.
이 원룸에서 맞은편 직선거리로 20m가량에 위치한 원룸은 멀쩡하다. 기둥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피해 원룸과 다른 점은 계단 입구가 건물 가운데에 있다는 것. 장 소장은 “건물 좌우대칭이 되는 곳에 입구가 있으면 아무래도 지진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 피해 원룸은 입주 전용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려고 입구를 구석에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둘러본 원룸 건물 4곳 가운데 3곳은 계단 입구가 왼쪽이나 오른쪽 끝에 있었다.
지하 환경도 지진 피해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장 소장의 판단이다. 이날 장성동의 원룸은 정밀 조사가 필요하지만 옆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10m 옆 다른 원룸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장 소장은 “암벽 혹은 진흙 같은 지반의 조건에 따라 다르게 설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포항처럼 지진 가능성이 큰 곳은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포항=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