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갈매못 순교 기념성당에 들렀다가 스테인드글라스(사진)에 비친 햇빛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붉은 핏방울이 방울져 내리는 모양의 유리 조각이 반짝이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핏방울 하면 슬프거나 끔찍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정반대였다.
최근 서울 돈화문 음악당에서 관람했던 음악극 ‘적로(赤露)’를 보고 난 느낌도 비슷했다. 이 작품의 실제 모델이었던 대금산조의 명인 박종기는 말년에 폐병을 앓았다고 한다. 어느 날 연주 도중 그의 대금에서는 붉은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고 한다. 그가 토해낸 핏방울이었다. 연주를 마친 후 그는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핏방울은 늘 인간이 유한한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때로는 영원한 예술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