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사’ 이어 KBS ‘고백부부’서 1990년대로 되돌아간 배우 손호준
KBS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38세 제약회사 영업사원 최반도를 연기한 배우 손호준. YG엔터테인먼트 제공
2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손호준(33)은 ‘복고 장르에 유독 강한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까만 피부가 촌스러워 그런가”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그는 18일 종영한 KBS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1999년 스무 살 시절로 되돌아가는 회사원 최반도를 연기했다. 4년 전 그가 출연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응사)’처럼 90년대가 배경이다.
‘고백부부’는 힘겨운 육아와 직장생활로 팍팍한 삶을 살던 권태기 부부가 18년 전 청춘으로 돌아가는 타임 슬립 드라마다. 김치 국물이 묻은 옷을 입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아이를 봐야 하는 주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늦은 밤까지 술자리에 불려 다녀야 하는 회사원 등 현실의 부부를 생생하게 묘사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에서 부부로 등장한 장나라와 손호준은 과거로 돌아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행여나 걱정을 끼칠까 봐 평소에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힘든 내색을 잘 하지 않는다는 그는 나영석 PD가 연출한 예능 프로에서 차승원, 유해진 등 선배에게 시종일관 예의바른 모습을 보여줬다. 인터뷰 중에도 스캔들 등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조용한 미소로 대신했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농담으로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이제는 조심스럽고 신중해져요.”
동안 미녀로 유명한 상대 배우 장나라에게 가렸지만, 사실 그도 올해 33세다. 새내기 대학생을 연기하기엔 적지 않은 나이다. 피부 관리는 고사하고 평소 로션도 잘 안 바르는 편인 그는 외모보다도 스무 살의 순수함을 되살리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어릴 땐 자신감이 충만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도전하잖아요. 그 과거의 느낌을 갖는 것이 경험해보지 않은 38세를 연기하는 것보다 힘들었어요.”
순애보 로맨스남, 코믹한 철부지 남학생 등 드라마에 등장한 다른 캐릭터가 다 부러웠다는 그는 유독 카리스마 있고 멋있는 선배 역할만은 탐나지 않았다고 했다. “저한테서는 그런 멋이 안 나요…. 잘 웃길 수는 있는데.(웃음)”
지방 극단생활까지 포함하면 연기 경력은 꽤 길지만 대중에게 알려진 지는 ‘응사’ 이후 고작 4년이다. 그래서인지 팬을 팬이라 부르는 것도 쑥스러워했다. “내년엔 저를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만날 계획이에요. (팬미팅요?) 예, 뭐. 그렇게 말하기가 아직 낯간지러워서….”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