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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최상위 포식자 늑대, 생태계에 꼭 필요하다고?

입력 | 2017-11-22 03:00:00


한국 등 동양에서 보름달은 상서로움과 풍요를 상징합니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은 달을 불길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여기에 상상력을 더해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이 나타난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이는 현대소설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이야기이지 서양인들이 오래전부터 해온 생각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늑대가 멸종한 이유는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대대적인 사냥과 1950년대 쥐 퇴치 운동 같은 생태계 교란 때문이에요. 쥐를 먹이로 삼던 동물이 사라지면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가 먹을 먹이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에 결국 늑대도 사라지게 됩니다. 대대적인 사냥의 이유도 자연 상태에서 먹이가 부족해진 늑대가 농가에 와서 사람을 해치고 소나 말 등을 잡아먹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활동지역이 확장되자 동물의 서식처와 먹이가 줄었고 결국 인간에 의해 멸종됐다고 말할 수 있어요.


늑대는 집단 공격으로 체중이 1t 가까이 나가는 들소에게도 덤벼든다. 늑대 무리가 아메리카들소와 대치하고 있는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 돌아온 늑대 그리고 이후 대책

미국에서는 회색늑대가 농장에 침입해 가축을 잡아먹는 일이 생겼어요. 사냥꾼들도 자신들의 사냥감을 늑대가 잡아먹는 것을 싫어했어요. 그래서 1850년부터 대대적으로 사냥이 이루어졌고 덫이나 독약으로 늑대를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1900년까지 이로 인해 죽은 늑대가 약 200만 마리라고 합니다.

결국 1973년에는 400∼500마리 정도만 미국 본토에 남았죠.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어요. 늑대가 사라지자 초식동물이 늘어나게 되었어요. 이들이 식물들을 마구 먹어치우자 땅이 침식되고 풀 속에 살고 있던 생물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최상위 포식자로서 회색늑대는 미국 서부와 대평원 지역에서 들소, 엘크, 순록, 긴귀사슴 중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개체들을 솎아내 그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까마귀, 독수리, 곰, 흰 담비, 여우 등은 늑대가 먹고 남은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다른 육식동물들의 생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러한 관계를 알게 된 미국 사람들은 1995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늑대를 도입했답니다. 그러자 초식동물이 줄어들고 물가에 사시나무와 버드나무 같은 나무들이 자라게 되자 여기서 서식하던 비버들이 늘어났습니다. 회색곰은 늑대가 먹다 남은 엘크 고기를 먹을 수 있었고 코요테의 사냥 횟수가 줄어들어 이들이 잡아먹던 여우, 다람쥐 같은 작은 동물이 늘어났어요. 작은 동물을 먹고 살던 독수리, 매도 같이 늘어났어요.

하지만 늑대나 곰 같은 대형 포식자를 복원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도 있어요. 생태계가 이미 이들이 없는 상태에서 적응을 했기 때문에 이들이 다시 등장해도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 생물종 다양성의 생태적 가치

동물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 중요한 역할을 감안해 보호등급을 매겨 그 수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환경부는 보호해야 할 동식물을 멸종위기종 1, 2급으로 나눠 246종을 지정했어요. 그리고 5년마다 갱신을 하고 있어요. 올해 말에는 21종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점점 보호해야 할 동식물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 환경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죠.

나라에서 보호등급을 매기는 것 말고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동식물을 규정하는 것도 있어요. 깃대종(flagship species)은 여러 종 가운데에서 중요하다고 인식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종이에요. 세계적으로는 시베리아호랑이 판다 코알라 두루미 등이 있으며 지역적으로는 우리나라 강원도 홍천의 열목어 같은 것이 있습니다.

반면 생태계의 여러 종 가운데 한 종이 멸종하면 다른 종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하는 것을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라고 해요. 예를 들면 불곰 수달 해달 코끼리 캐나다기러기 등이 있어요. 시베리아호랑이가 없어진다고 해서 생태계가 파괴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불곰은 그 지역의 동물을 적절히 잡아먹어 다른 종들이 서식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주죠. 따라서 불곰이 사라지면 그 지역의 생태계 균형이 깨집니다.

○ 야생종은 왜 중요한가?

현재 지구에는 약 125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어요. 이 중에서 이름을 붙인 것은 약 175만 종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매년 2만5000∼5만 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어요. 이 속도는 과거보다 1만 배가 넘는 것이라고 해요. 사람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알지도 못하는 생물이 사라지는 것이죠. 문제는 우리가 100년 동안 파괴한 생물종 다양성을 다시 회복시키려면 약 500만 년이 걸린다는 데 있어요.

야생종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야생종은 사람에게 유용한 가치가 있다. 둘째, 야생종은 사람과 다른 생물들에게 동반자 역할을 한다. 셋째, 야생종은 존중해야 할 대상이다.

야생종은 경제적으로 생태학적으로 유용한 가치가 있어요. 야생종에서 식량, 연료, 목재, 종이, 의약품을 얻죠. 거의 대부분 약은 식물에서 나온답니다. 특히 열대림은 의약품의 보고예요. 다른 신약도 그렇지만 항암 효과가 있는 신약은 개발은 어렵지만 한 번 만들어내면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줘요.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항암물질 3000가지의 식물 중 2100종이 열대림에서 나왔다고 해요. 현재 잘 알려진 식물 26만 종 가운데 단지 1100종의 약물 효과에 대해서 연구가 되어 있어요. 열대림에서 꽃이 피는 식물 12만5000종 중 1%만 알려져 있어요. 이 식물 중에는 뛰어난 약효를 가진 것들이 있을 텐데 연구도 하기 전에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수종 상암중 교사·환경교육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