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해인 1999년에 태어난 세기말 키즈 61만4000여 명이 올해 고3입니다. 이들은 지난 한 주를 혼란 속에서 지냈습니다. 경북 포항 지진으로 인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일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낭패감에 소리를 지르고 우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공부와 생체리듬을 16일에 딱 맞춰놓은 학생들의 복잡한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특히 여학생들은 생리 주기를 조절하기 위해 약까지 복용하며 준비했는데 시험 연기로 크게 동요했습니다. 그동안 공부했던 책들을 모두 버린 학생들의 당혹감도 이루 말할 수 없겠지요.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포항의 수험생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오죽할까요.
다행히 하루 이틀 지나면서 아이들은 얼굴에 웃음기를 되찾았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상황을 힘들어했지만 곧 포항의 사정을 이해하는 포용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1999년생의 학창 시절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잦은 교육과정 개편의 영향을 직접 받아 혼란을 겪었고,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신종플루의 유행으로, 중3 때는 세월호 참사로 여러 학교 행사를 치르지 못했습니다. 고1 때는 메르스 사태로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으며 고3 때는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공부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추석 황금연휴를 즐기지 못했으며 지진으로 수능 연기까지 경험했습니다.
그들이 태어난 해에 ‘타임’지가 뽑은 20세기 인류 유산 대중음악 부문 1위는 비틀스였습니다. 비틀스의 노랫말로 수험생들의 마음이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구름 덮인 밤일지라도 내일 날이 밝을 때까지 여전히 날 밝혀줄 빛은 있다네. let it be.”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