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구 국정원 개혁위원장은 한반도 정통성 북한에 부여 국정원 대공 수사의지 꺾고 朴 정부 국정원장 일망타진 문재인 정부 의도가 어떻든 통진당의 대리 복수극 같아
송평인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직접 발표한 1호 인사는 통진당 해산 심판에서 유일한 반대 의견을 냈던 김이수 헌법재판관의 헌법재판소장 지명이었다. 소수 의견도 아닌 극소수 의견을 낸 재판관을 소장으로 지명하는 게 정상이냐는 의문이 들었지만 정당의 자유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를 수 있으니까 의견 차이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 정부가 검찰 ‘숙정(肅正)’을 단행할 때 정점식 전 대검 공안부장 등은 국정 농단과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법무부의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인 측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숙청(肅淸)하는 것을 보고 이것이야말로 의견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인사 보복으로 앙갚음하는 것이라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장으로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앉혔다. 그가 ‘해방전후사의 인식 4’에 쓴 ‘해방 8년사의 총체적 인식’이란 글의 요점을 글에 나온 내용 그대로 인용해 보겠다. “일제라는 국가권력이 붕괴된 해방의 시점에서 요구되는 혁명의 내용은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 소련군이 진주한 북한에서는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은 소련군의 후원에 힘입어 순조롭게 진행됐고, 미군이 점령한 남한에서는 이러한 혁명이 미군정의 반혁명정책에 의해 결국 좌절됐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국정원의 잘못은 엄히 바로잡아야 하지만 대북 공작을 담당하는 국정원의 개혁을 왜 1945년 이후 한반도의 정통성을 북한 공산세력에 부여한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지는 이해되지 않는다.
통진당은 해산됐으나 통진당적 사고는 번성하고 있다. 경기동부연합에는 민주노동당 시절 정책위의장을 지낸 이용대라는 거물이 있었다. 이 전 의장은 2012년 통진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건이 터지기 전 몸이 아파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북한이 2006년 제1차 핵실험을 했을 때 북핵은 북한의 자위를 위한 무기이며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때 한반도가 긴장 국면에서 평화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런 주장은 민노당 내부에서조차 종북(從北) 논란을 촉발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유사한 주장을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교수가 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방해하다가 그 시도가 실패하자 이제는 사드 추가 배치가 없다는 ‘약속’인지 ‘입장 표명’인지를 한 문재인 정부에 중국은 친중(親中)의 진정성을 느끼는 것 같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 의지를 무력화하고 검찰의 공안라인을 숙정하고 통진당을 해산시킨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 3명을 ‘일망타진’한 이 정부를 북한은 어떻게 봐줄까. 북한이 명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미국 본토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인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체제를 완비하기 전에 청와대 임의로 임명한 두 사람은 대윤(大尹)-소윤(小尹)으로 불리며 적폐수사를 주도하는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다. 윤 차장검사의 누나가 성남시자원센터장을 지낸 윤숙자 씨이고 그 남편이 이용대 전 의장이다. 윤 차장검사의 부인은 최근 사법부의 ‘블랙리스트’ 조사위원이 된 최은주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다.
문재인 정부는 통진당 정부도 아니고 주사파 정부도 아니다. 운동권 출신 정부에 가깝다. 그러나 사상이란 묘해서 한쪽 자장에 속하지 않으면 다른 쪽 자장에 속하게 된다. 주사파라는 강력한 자력의 가장 가까운 곳에 백낙청 씨의 ‘분단모순론’이나 민족해방(NL)적 현대사 인식이 위치하고 그 바깥으로 요점 정리도 안 되는 잡다한 운동권적 사고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주적(朱赤)이 동색(同色)인 양’ 한 무더기로 가고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