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부로 국정운영은 부담 커 선거결과 예측불허… 4연임 빨간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자유민주당(자민당·중도 우파) 및 녹색당(중도 좌파)과의 연립정부 협상에 실패하면서 4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최장수 서방 지도자이자 유럽연합(EU)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메르켈 총리가 재선거에 무게를 두면서 유럽 전체의 불확실성이 함께 커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20일 독일 공영방송 ARD에 출연해 “소수 정부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며 “새로운 선거가 더 나은 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9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메르켈 총리는 이후 자민당, 녹색당과 연정 협상을 벌여 왔으나 협상 시한인 19일까지 에너지, 난민 문제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현재처럼 사회민주당(사민당)과의 대연정을 다시 시도하는 방법도 사민당이 연정 불참을 선언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사민당은 두 차례 대연정에 동참하고도 선거에서 참패한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재선거를 치를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지지율은 9월 총선 결과와 별 차이가 없다. 제1공영 ARD TV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32%로 1위, 사민당이 22%로 2위,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녹색당 11%, 자민당과 좌파당이 10%였다.
12년 동안 실질적으로 유럽을 이끌었던 메르켈 총리가 휘청거리면서 유럽 국가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독일 정부의 권력 공백으로 유로존 경제 개혁, 이민 관리 등 EU의 주요 목표들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과 유럽을 위해서 우리의 주요 파트너가 강력하고 안정적으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재선거가 실시되더라도 연정 협상 과정이 남아 있어 내년 봄까지 독일의 권력 공백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메르켈 시대의 종말론까지 나오고 있다. 기민당 내 보수진영 가치연합을 이끄는 알렉산더 미치는 “포스트 메르켈 시대가 시작됐다”며 총리직 교체를 요구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재선거를 치러도 총리직 후보로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