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아일보DB
22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최근 귀순한 북한 병사 몸에서 기생충이 나온 것 등을 밝힌 이국종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향해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라고 발언해 논란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교수의 행위가 의료법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김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법 제19조에는 의료에 종사하는 자는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 교수는 15일 기자회견 당시에 총격으로 인한 외상과 전혀 무관한 이전의 질병 내용, 예컨대 내장에 가득 찬 기생충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했고, 소장의 분변, 위장에 들어 있는 옥수수까지 다 말해 언론에 보도되도록 했다. 의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아닷컴이 접촉한 의료 전문 변호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주익철 의료전문변호사는 “의료법상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고 할 수 있지만, 프라이버시 위반이라고 해도 위법성이 조각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주 변호사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라는 보호법익과 정보를 공개했을 경우에 얻어지는 사회적 이익을 비교형량 해봐야한다. 개인의 권리는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하지만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률에서 제한될 수도 있고,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제한될 수도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어야하지만 공개한 것이 의료법 위반인가의 여부는 법률과 판례를 검토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 변호사에 따르면 판례는 의료법 제19조에서 의료 종사자가 누설하면 안 되는 정보를 ‘의료에 있어서 취득한 타인의 비밀의 누설을 금지하고 있는바 의사가 환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진료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로써 객관적으로 보아 환자에게 이익이 되거나 또는 환자가 특별히 누설을 금하여 실질적으로 그것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실’로 보고 있다.
주 변호사는 “판례로 보았을 때 그 환자의 위독한 상황과 그로 인해 그분이 겪었던 절박함에 대해 도움이 되면 되는 내용이었지,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서 환자의 이익이 되거나 누설하였다고 해서 환자에게 크게 해가 됐다고 보이진 않는다”며 “의료법상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고 할 수 있지만, 프라이버시 위반이라고 해도 위법성이 조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법 제317조 업무상 비밀누설 조항보다 의료법이 의사에겐 특별법 조항일 것이고 의료법상 처벌이 어렵다면 형법상도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형법상 명예훼손은 별도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의료법 제19조가 논란이 될 여지가 충분히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는 국민적 관심이 크고 나아가서 국가안보와도 관련이 있다”며 “보도된 내용 중 해충이나 옥수수 같은 내용이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의학적으로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법 제19조가 친고죄다. 피해자의 고소가 없으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형법 제317조의 경우, 형법은 일반법, 의료법은 특수법이기 때문에 의료법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출신인 법무법인 고도 이용환 변호사 역시 귀순 병사와 관련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이 교수의 발언은 의료법 제19조에 반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이 변호사는 “이번 귀순 북한군의 경우 전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사안인 만큼, 헌법에 따른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가 우선적으로 보장된다”며 “이 교수의 발언은 헌법에 따른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돼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생충 발언이 이 교수가 수술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밝힌 의사로서 통상적인 의견이라 하더라도,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므로 구속요건 해당성은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수술을 집도한 의사로서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나온 설명으로, 최상위 개념인 헌법상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에 의거한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돼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범죄성립의 제 2의 요건인 위법성이 성립되지 않음에 따라 책임의 여부와 상관없이 이 교수에 대한 의료법 위반 행위가 적용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또한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국가적 사안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이 교수의 발언이 정보누설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상위 개념인 헌법에 반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이를 의료법 위반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과잉제한에 해당하는 위헌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해당 발언에 의료법 위반이 성립된다면 연예인을 비롯한 공인과 관련 보도는 모두 정보누설로 의료법 위반 행위에 해당될 것이며 이로 인해 언론의 자유와 알 권리가 크게 훼손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의료법이 아닌 형법상으로 따져 보더라도 이 교수의 발언이 위헌 소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의사는 그 직무 처리 중 취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때는 형사 처벌이 성립된다는 형법 제317조에 의거하더라도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는 이상 공소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약 북한군 병사가 해당 발언에 대해 이 교수를 형법 제317조 위반으로 신고를 하더라도 업무에 따른 법령 행위로 간주돼 위법성이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