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어제 고위공직자 임용에 대한 ‘7대 인사 원칙’을 발표했다. 병역면탈,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가지에 해당하면 배제한다는 기존의 ‘5대 인사 원칙’에 음주운전과 성범죄 항목이 추가됐다. 새 인사 기준은 문재인 대통령이 개선을 지시한 지 79일 만에, 1기 조각이 끝난 뒤에서야 나왔다. 야당이 ‘사후약방문’ ‘합격자 발표 후 입시요강 발표’라고 평가절하하는 것도 일리는 있다.
새 인사 기준은 외형상 진전된 측면도 있다. 기준의 가짓수가 5개에서 7개로 늘어났고, 구체적인 적용 기준도 제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1기 내각 구성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걸렸던 위장전입만 해도 ‘2007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나 자녀의 학교 배정 목적으로 2회 이상’인 경우로 한정했다. 논문표절도 2007년 2월 이전은 문제 삼지 않기로 해 김상곤 사회부총리의 석박사 논문(1982, 1992년) 표절 시비도 희석되게 됐다.
시계를 되돌려 1기 내각 입성자들에게 새 잣대를 적용할 경우 대다수가 부적격 시비를 빠져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1996년 7월 이전은 문제 삼지 않는다는 신설 성범죄 기준이나 10년 이내 2회 이상을 적용한 음주운전 역시 ‘기준 강화’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5대 인사 원칙’을 공약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역대 정권을 통틀어 가장 균형인사, 또 탕평인사, 그리고 통합적인 인사”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했어야 했다. 또 그 시점은 1기 내각이 완성된 지금이 적기였다. 물의를 빚은 청와대 인사 라인부터 바꾸고 달라진 기준을 발표했더라면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