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골목시장]<4> 광주 양동건어물시장
‘건어물 특화 거리’로 지정된 광주 서구의 양동건어물시장. 지난해 골목형 시장 사업에 선정돼 간판 디자인 통일, 브랜드 로고 제작 등의 현대화 사업을 했다(위 사진). 건어물시장 안에는 ‘대박나길’과 ‘행복하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골목길 두 곳이 있다. 광주=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브랜드 특화’ 성공한 양동건어물시장…‘건물생심’ 브랜드에 문어 캐릭터까지
10일 찾은 양동건어물시장 입구엔 보라색 문어 캐릭터의 대형 조형물이 놓인 포토존이 마련돼 있었다. 십(十)자로 갈린 시장 골목 바닥엔 ‘대박나길’ ‘행복하길’이라는 문구가 노란색 페인트로 쓰여 있어 친근함을 더했다. 각종 건어물을 판매하는 65개 점포의 간판은 같은 디자인으로 통일성 있게 정비돼 있었다. 매대에 놓은 건어물들은 브랜드 로고가 찍힌 비닐 포장으로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이 시장 상인회의 ‘브랜드 특화 사업’ 일환으로 1년 만에 바뀐 것들이다.
양동건어물시장의 자체 브랜드명은 ‘건물생심’이다. 물건을 보면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뜻의 한자성어 견물생심(見物生心)에서 따왔다. 이 회장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우리 시장의 상품들을 보면 구매욕이 생겼으면 한다는 바람을 담아 ‘건물생심’ ‘누구나 탐내는 건어물’이라는 브랜드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인회는 ‘건물생심’이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도 마쳤다.
문어 모양 캐릭터도 ‘브랜드 특화 사업’의 일환이다. 포장지뿐 아니라 시장 입구, 쉼터 등에 시장을 상징하는 문어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이 회장은 “보통 재래시장에 대한 고정관념인 ‘촌스러움’을 탈피하기 위해 세련된 느낌의 문어 캐릭터를 개발했다”며 “고객이나 관광객들이 문어 조형물이 설치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많이 찍곤 한다”고 말했다.
고객 편의 확보를 위해 2015년부터는 자체 배송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광주 내 배송 주문을 한 고객을 대상으로 ‘당일 배송’을 해주고 있다. 구입 금액이 1만 원 이상이면 ‘무료 배송’을 해주고 1만 원 미만에는 배송비 3000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보통 주5일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한 달에 140∼150건 정도 배송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배송 문의를 받는 콜센터도 마련해 직원을 고용하는 등 고용창출 효과도 있다고 한다.
○ 65년 전통의 전통시장…‘건어물 경매 허브’로 이름나
양동건어물시장이 위치한 양동시장의 역사는 6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동천(川) 인근에 상인들이 건어물, 옷, 채소, 수산물 등 물건을 들고 와 사고팔았다. 1986년 정식으로 양동시장 상인회 등록을 한 뒤 점포 형태의 시장이 생겨났다.
시장이 위치한 광주엔 바다가 없지만 이곳은 ‘건어물 경매 허브(hub)’로 이름나 있다. 해남, 목포, 삼천포, 남해안, 여수 등 남도 인근 바다에서 공수한 건어물을 경매하는 상인들이 집결하는 곳이라서다. 여름철에는 멸치, 미역, 새우가 유명하고 10월부터는 김, 자반이 주로 생산된다. 이 회장은 “날마다 기사분들이 전국의 해안 지방에서 건어물을 가지고 이곳 양동시장에 모인다”며 “이 때문에 싱싱하고 질 좋은 건어물이 공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어물 특화 거리’로 유명해지자 상인회는 직접 건조시설을 만들어 건어물을 생산하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건어물 생산의 중요한 방식인 ‘건조’가 기후나 날씨의 영향을 받는 데다 건조장이 마땅치 않아서 생산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질 좋은 건어물을 취급하는 산지에 직접 가서 위탁 판매하는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2년에 한 번 전국 각지의 선진 시장을 탐방하는 등 시장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남다른 노력도 하고 있다. 그 결과 ‘견학 가던’ 시장에서 ‘견학 오는’ 시장이 됐다. 올 초 충북 음성의 무국시장, 전남 여수 서시장 등에서 100여 명의 상인이 이곳 양동건어물시장으로 견학을 오기도 했다.
광주=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