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 하루전 자필 그대로 새겨
오후 3시 17분. 북한군 신속대응팀으로 보이는 북측 병력 12명이 집결했다. 장소는 ‘김일성’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거대한 기념비 앞. 기념비 속 ‘김일성’ 글자 아래에는 ‘1994. 7. 7.’이라는 숫자도 새겨져 있다. 북한군들은 전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휴대가 금지된 반자동소총인 AK-47을 비롯해 저격총, 기관총 등으로 추정되는 개인화기를 들고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경계했다. 또 이들은 총격전에 대비한 듯 전원이 방탄조끼를 입었다.
채드 캐럴 유엔군사령부 공보실장은 이 기념비에 대해 “북한 공동경비구역 투어가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소개했다. 영상에는 귀순 북한군 오모 씨가 지프차를 타고 이 기념비까지 돌진한 뒤 기념비 앞에서 우회전해 군사분계선을 넘으려고 시도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 기념비는 ‘김일성 친필비’다. 김일성이 사망 하루 전인 1994년 7월 7일 통일 문제를 담은 중요 문건에 직접 쓴 자필 서명을 기념비에 그대로 새겨 넣었다. 북한은 이 필체를 ‘태양서체’로 부르며 김정일 필체, 김정일 모친 김정숙 필체와 함께 ‘백두산 3대 장군 명필체’로 칭송한다. 이 기념비는 1995년 8월 JSA 북측 지역 판문각 왼쪽에 세워졌다. JSA 북측 구역에 들어가려면 이 기념비를 거쳐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