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특화설계 이후 유사요구 봇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의 재건축조합은 최근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에 설계 변경을 요청했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반포주공1(1·2·4주구)처럼 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고 해외 유명 설계회사가 참여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비용이 무리하게 늘어나지 않는 선에서 시공사 측과 협의해 일부 설계를 변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화려한 특화설계가 인기를 끌면서 주요 재건축 조합들이 잇따라 설계를 바꿔 고급 아파트로 꾸미겠다며 나서고 있다. 재건축을 하면서 고급 아파트로 탈바꿈하면 이미지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향후 집값을 높게 받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분양가를 인상시키고 주변 시세를 자극해 전반적인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우리도 최고급으로” 설계 변경 요구 봇물
개포주공 4단지 역시 시공사인 GS건설이 설계 변경 요구를 받아들였다. GS건설은 글로벌 건축디자인회사 SMDP와 글로벌 조경회사 SWA와 손잡고 단지의 외관과 조경을 설계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 클린룸 수준의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는 공기 정화시스템과 음성으로 조명, 난방 등을 제어하는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재건축 고급화 바람은 올 9월 말 시공사를 선정한 반포주공1단지가 불러일으켰다. 총사업비 10조 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라 건설사들이 사활을 걸고 고급 호텔 수준의 특화설계를 조합에 제안했다.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은 현대건설은 글로벌 설계회사인 HSK와 손잡고 한강의 물결을 본뜬 독특한 외관설계와 하늘과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야외 수영장인 인피니티풀, 실내 워터파크, 아이스링크 등을 제안했다.
○ 과도한 고급화로 사업성 악화 우려도
하지만 무리한 고급화가 조합원의 부담이나 일반 분양가 상승 등의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 유명 설계사 참여가 과도한 ‘이름값’만 쓰는 요인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건설사들의 부담도 커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앞으로 압구정동, 대치동 등 굵직한 대형 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에 나서게 되면 여기서 더 얼마나 특별한 걸 내놔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