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4만명 북촌-이화-세종마을, 하루에만 관광객 30만명 몰려
종로구 “주민들 사생활 침해 심각” ‘아침-밤 시간’ 방문자제 홍보 나서

관광객으로 붐비는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서 안내원이 한국어 중국어 영어로 ‘조용히 해달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23일 “관광객이 밤낮 없이 몰려들어 이들 마을주민 삶의 질이 심각하게 낮아졌다. 이른 아침과 밤의 ‘생활시간’과 낮의 ‘관광 가능 시간’을 나눠 주민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물론 법으로 출입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종로구는 출입제한시간에 관광객이 마을을 방문하지 않도록 안내와 홍보를 하고 여행사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보호가 필요한 문화재 등이 아닌 일반 길에 투어리스티피케이션(관광객 때문에 주민 삶이 위협받는 현상)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처음이다.
드문드문 가게도 있지만 이곳 한옥들은 대부분 주택이다. 모든 주택 대문에는 영어와 중국어로 ‘정숙, 무단 침입 및 촬영·흡연 금지’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안내원은 ‘쉿!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이들 관광객에게 다가섰다. 10년 전 이사 온 주민 이모 씨(56)는 “1∼2년 전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시끄럽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까지 몰리는 주말에는 가족끼리 대화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북촌한옥마을 인구는 최근 2년(2014∼2016년) 새 7%(584명)나 줄었다.

시간대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이들 마을에 머무는 비율이 많게는 30%에 육박했다. 신현득 종로구 관광기획팀장은 “경복궁 개장 전이나 야간개장 종료 후 외국인 관광객이 근처의 이들 마을로 유입된다”고 설명했다. 소음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셀카봉을 이용한 집 안 무단 촬영, 쓰레기 투기, 노상방뇨 등 피해 유형도 다양했다.
종로구는 이들 마을에서 빚어지는 관광객들의 기초질서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특별 관리할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싱가포르처럼 국가가 나서서 관광객의 질서 위반행위를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