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수능 치른 포항]규모 2.0미만 여진 4차례 발생 고사장 밖서 종일 마음 졸인 부모들 “대견하다” 박수… 눈시울 붉히기도 “입실하는 선배들 소음에 놀랄라”… 후배들 꽹과리-북 응원 자제
23일 오후 4시 50분경 경북 포항시 남구 이동고교 앞. 굳게 닫혔던 교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끝을 전하는 알림이었다.
교문 앞에 있던 학부모 30여 명은 하늘과 시험장을 번갈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숙 씨(47·여)는 “하늘이 도왔다”고 말했다. 걱정했던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채 시험을 마친 것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이날 포항에서는 규모 2.0 미만 지진이 4차례 발생했다. 모두 경미해 시험에 지장은 없었다.
“나옵니다! 애들.”
수험생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았다. 최은빈 양(18)은 “이제 홀가분하다. 친구들 표정도 대부분 밝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포항시 북구 두호고교에서 시험을 치른 이도훈 군(18)은 “2교시 때 미세한 진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경험한 탓인지 바로 시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포항 지역 각 고사장에 모인 후배들은 선배들에게 따뜻한 차와 핫팩을 건넸다. 하지만 단골 응원도구인 북과 꽹과리는 자취를 감췄다. 지진 탓에 작은 진동과 소음에도 쉽게 놀라는 수험생을 위해서다. 그 대신 “여진 없을 거예요”라는 말을 주고받고 작은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규모 5.4 지진 후 70차례 가까운 여진이 발생하면서 포항 수험생들은 누구보다 힘든 일주일을 보냈다. 집이 반파돼 대피소에서 공부하거나 멀리 떨어진 친척집으로 거처를 옮긴 수험생도 있다. 심모 양(18)은 “부모님은 계속 대피소에 계셨고 나만 공부 때문에 외갓집에 머물렀다. ‘지진 때문에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의 한 고교 3학년 담임교사 손모 씨(53)는 “모두들 힘들었을 텐데 잘 이겨낸 것 같다. 고생한 학생들 얼굴을 빨리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수능시험 연기로 힘들었던 건 다른 지역의 수험생과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서울 혜성여고에서 만난 학부모 강희원 씨(50·여)는 “아이가 수능 연기로 컨디션 조절에 힘들어하며 울기까지 하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부디 아쉬움 없이 시험을 잘 치르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수영 씨(43·여)는 “가장 좋아하는 닭요리를 도시락 반찬으로 해줬다.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일주일 더 고생한 만큼 모두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