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남녀 통틀어 첫 5000득점 눈앞 ‘꽃사슴’ 황연주
프로배구 V리그 역대 최초 5000득점 돌파를 앞둔 현대건설의 황연주가 경기 용인시 구단 체육관에서 배구공 5개를 앞에 둔 채 미소를 짓고 있다. 서른두 살을 앞둔 황연주에게 결혼에 대해 묻자 “예전에는 남자친구 이야기를 묻더니 요새는 결혼 이야기를 묻는다”며 “(배구를)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 마흔 전엔 할 수 있겠죠?”라고 웃으며 되물었다. 용인=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지난주 경기 용인시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만난 황연주는 5000득점을 앞둔 소감을 묻자 “정말 오래 배구를 했나 보다”며 웃었다 그는 “데뷔 때 이런 기록은 생각지도 못했다. 5000득점도 의미가 크지만 1호라는 게 더 값진 것 같다. 기록은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지만 1호는 사라지지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대기록 달성의 은인 가운데 한 명으로는 흥국생명, 현대건설에서 자신을 가르쳤던 고(故) 황현주 감독을 꼽았다. “신인 때 한 경기에서 서브 범실 9개를 한 적이 있어요. (점프 서브를) 하다 하다 나중에 선 채로 서브를 했더니 감독님이 바로 작전타임을 불러서 혼을 냈어요. 늘 자신감을 강조하시던 분이었죠.”
황연주의 기록 행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퇴라는 단어가 와 닿지 않는 걸 보면 아직까지 배구 욕심이 많은가 봐요. 지도자 수업이나 해설위원 같은 길도 아직은 먼 이야기예요. 배구를 할 땐 배구 생각만 하려고요. 그러지 않으면 배구를 잘할 수 없으니까요.”
인터뷰 막바지 가장 기억에 남는 득점을 물었다. “가물가물해요. 그래도 5000득점째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막상 코트 위에서 5000득점을 하고도 (경기에 집중하느라) 알지도 못하고 넘어가면 어쩌죠. 그래도 누군가는 알려주겠죠?(웃음)” 14시즌 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기록 여왕의 저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