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월! 동! 준! 비!
“열대지방 동물인 코끼리는 날씨가 추워지면 눈물이 많이 맺혀서 거품이 일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타고난 조건과 다른 환경에 사느라 고생하는구나 싶어 안쓰럽죠. 사자나 원숭이 우리에는 열선바위(따뜻한 바위)와 열등이 있습니다.”―고슬기 씨(31·서울대공원 사육사)
“남극은 여름철에도 기온이 보통 영하 15도, 흐리면 영하 30도까지 떨어져요. 현장에 나가면 보통 1주일 정도 머무는데, 모든 종류의 식음료가 다 얼어버려요. 코가 얼면 콧물이 나오는 줄도 몰라서 얼굴이 참혹해지죠. 물이 부족해 며칠 동안 씻지 못하고 침낭에 들어가면 몸냄새가 훅 올라오는 것도 고역입니다.”―허순도 씨(52·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극지고환경연구부 부장)
“자동차 월동 준비는 냉각수 부동액 관리가 가장 중요한데요. 실외 주차장의 경우 최저기온을 파악한 뒤 정비소에서 그보다 5도 더 낮게 부동액 비중을 낮추는 게 좋습니다. 지나치게 낮은 온도에 대응하려 하면 부동액의 점성이 높아지면서 차가 고장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임기상 씨(59·자동차10년타기운동본부 대표)
“저는 추위를 즐기는 편이에요. 웅크리고 벌벌 떨기보다는 가슴을 펴고 맞서면 추위가 좀 가시더라고요. 그래서 겨울 액티비티 스포츠를 즐깁니다. 부모님과 태백산 등성이를 따라 겨울 등산도 가고 일본에 스노보드도 타러 가죠. 새벽 겨울산에 오르면 칼로 베이는 듯 볼이 따가운데, 그 느낌도 은근 중독성이 있더군요. 하하.”―임성빈 씨(33·유통업계 종사)
‘깔깔이’를 아시나요?
“저희 가족의 겨울 실내복은 일명 ‘깔깔이’입니다. 어른은 물론 두 살, 여섯 살 딸도 아래위로 깔깔이 패션을 하고 있어요. 어느 날 인터넷에서 유아용 깔깔이를 보고 너무 귀여워서 호기심에 구입했는데 가볍고 따뜻하고 활동하기도 편하더군요. 잘 때는 난방텐트를 쳐서 난방비를 절약합니다.”―서은미 씨(37·서울 마포구)
“족열기와 다리 마사지기, 발열 신발깔창 없이는 겨울을 날 수 없어요. 20년 전 군대에 다녀온 뒤 몸이 곯았는지 겨울만 되면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거든요. 일할 때는 발열깔창을 깔고, 집에 가서는 바로 족탕을 한 뒤 다리 마사지를 해요. 올해인 신발 바닥에 열선을 깐 발열신발을 구매할 예정입니다.”―박모 씨(40대 중반·자영업)
먹는 것이 제일 중요
“평소 소화가 잘 안 되고 체하는 경우가 많거나 손발이 차면 추위를 잘 타죠. 이런 분들은 걷기 등 운동을 꼭 해야 합니다. 신체 부위 중 허벅지가 끌어올리는 체온이 전체 몸 중 40% 가까이 차지하거든요. 음식 중에는 양파 마늘 인삼 생강 대추 계피 등이 체온을 높이는 데 좋습니다.”―이상곤 씨(52·갑산한의원 원장)
“저는 생강 마니아예요. 홍삼은 비싸서 못 먹고 몸속까지 후끈하게 해주는 음식은 생강이 제일이거든요. 생강차는 물론 생강 절편, 생강 과자, 생강 절임 등을 입에 달고 살죠. 그중 특히 좋아하는 건 생강 절편인데, 집에서 만들어 먹어요. 생강 껍질을 일일이 벗긴 뒤 꿀과 설탕을 버무려야 해서 만드는 과정은 만만치 않지만 쓴맛과 단맛의 조화는 그 어떤 간식도 못 따라갈 걸요?”“―손은정 씨(39·서울 성동구 거주)
“겨울에는 특히 단백질을 잘 챙겨 먹어야 합니다.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반으로 떨어지는데 단백질이 면역에 좋거든요. 두부탕, 두부콩전, 꼬막·홍합·피조개를 넣은 조개전 등을 별미로 추천합니다.”―임경숙 씨(59·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추위가 두려운 사람들
“한파가 다가오면 공무원들이 침낭, 깔개, 패딩 등을 주지만 영하의 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에요. 밤을 보낼 수 있는 실내 시설이 많지 않아 서울역이나 유리문이 갖춰진 종로 지하철 역사에서 박스집을 만들죠. 일단 잠들면 괜찮은데, 잠들기까지가 고역이에요. 등에서 한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거든요.”―김모 씨(노숙인)
“혹한기 훈련은 생각만 해도 머리털이 비쭉 솟아요. 손끝, 발끝, 귀끝이 얼어붙는 감각이 되살아나거든요. 군에서 귀마개, 목도리, 안면마스크, 장갑 등을 주는데 올겨울에는 비니가 추가됐어요. 지급차에서 밍크내복, 양말 등을 살 수 있지만 민간 쇼핑몰을 더 자주 이용합니다. 왠지 더 ‘간지’나는 것 같거든요.”―이상일 씨(21·군인)
럭셔리 월동?!
“2, 3년 전부터 캐나다 북부 옐로나이프와 아이슬란드 등의 오로라 관련 상품이 인기입니다. 항공편이 적다 보니 300만∼500만 원대로 비싼 편인데도 특별한 경험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은 백두산 온천을 많이 찾고, 신혼부부는 따뜻한 남반구의 호주 여행을 선호합니다.”―류민우 씨(30·하나투어 홍보팀)
“중학교 2학년인 큰딸이 얼마 전 방탄소년단이 광고하는 퓨마 롱패딩을 사달라고 하더군요. 그건 20만 원대 후반이라 비싸서 대신 10만 원대 초반의 다른 브랜드 제품을 사줬어요. 앞으로 3년간 패딩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요. 덩달아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도 패딩 타령을 하는데, 브랜드에 눈뜨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것 같아요.”―신지원 씨(47·중학생 자녀 학부모)
“저는 모피를 좋아해요. 패밀리세일이나 시장을 이용하면 가격도 많이 다운돼서 살 만하고(그래도 최소 100만 원은 훌쩍 넘지만), 모피 하나만 걸쳐도 스타일이 살거든요. 최근 밍크나 여우를 산 채로 잡는 영상이 퍼지면서 모피 반대 운동이 열을 띠고 있는데, 모피를 입는다고 무작정 타인을 비난하는 분위기는 불편해요. 가치관과 취향이 다른 거잖아요.”―신모 씨(40·직장인)
“요즘 20만∼30만 원짜리 롱패딩이 ‘신등골브레이커’라며 일부 학교에서 금지령을 내렸다는데, 그건 ‘오버’ 같아요. 몇 년 전 노스페이스는 70만∼80만 원대라 등골브레이커라 할 만했지만 롱패딩은 따뜻한 데다 교복보다 저렴하잖아요. 그게 싫으면 교실을 따뜻하게 해주든지요.”―이모 양(17·고등학생)
“저희 때는 교복 재킷에 목폴라, 귀마개, 장갑, 모자 이런 것들로 버텼고 일부만 떡볶이 코트로 멋을 냈죠. 요즘엔 가을에는 브랜드 조끼에, 겨울에는 패딩에 난리더군요. 사실 5만 원대 이월상품도 쓸 만한데 아이돌을 광고모델로 내세워서 학생들을 유혹하는 기업들이 문제라고 봐요.”―박수진 씨(25·학원강사)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