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항에 30억-연말 500억 SK-현대車-포스코 등 잇단 기탁… 물품지원-봉사활동 나서기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냉각됐던 재계의 성금 기탁이 연말연시와 포항지진을 계기로 재개되고 있다.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맞는 첫 연말 성금 기부에서도 예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24일 삼성전자와 SK그룹은 포항 지역에 각각 30억 원과 2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23일 2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계의 성금 기탁은 예전 사례와 비교해 늦은 감이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15일 포항 지진 이후 KT&G와 포스코가 각각 성금 기탁을 발표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고액 기부 발표가 이어지지 않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국민적 재난 발생 시 성금 모금에 동참한다는 사회적 책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국정농단 사태에서 각종 재단에 낸 기부금이 문제가 된 사례 때문에 선뜻 기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성금 모금을 조율할 주체도 불명확했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현금 지원에 앞서 현장에 임직원을 보내 물품 지원이나 봉사활동을 우선 시작하는 분위기다. SK건설은 포항시의 요청에 따라 건축물 안전진단 구조기술사들을 파견했고 SK브로드밴드는 생필품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이재민 임시 거처에 전자레인지, 공기청정기, 세탁기 등을 보냈고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대피소에 실내 기지국을 설치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은 ‘연말 이웃사랑 성금’으로 500억 원을 조성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하기로 했다. 참여하는 회사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201억 원을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올해 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됐지만 연말 성금은 예년과 같이 유지했다. 삼성그룹은 1999년 100억 원씩 기탁하던 금액을 점차 늘려 2012년부터는 500억 원씩 기탁해 왔다.
이번 성금 기탁은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장(사장)이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에게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해 이뤄졌다. 이 단장은 “연말 이웃사랑 성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이 희망과 용기를 갖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삼성이 연말 성금 기부의 물꼬를 트면서 나머지 기업들도 점차 연말 성금 기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