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면서 실용성을 강조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실생활 깊숙이 파고든지 오래다. 익히 잘 알려진 가구나 조그마한 소품까지 어지간해서 북유럽 스타일이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고 들어갈 정도다.
이 같은 열풍이 요즘 자동차산업으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메이드 바이 스웨덴(Made by Sweden)’를 표방하는 볼보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실제로 볼보코리아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올해 10월 기준 5738대를 팔아 지난해(4269대)보다 판매 실적을 34.4% 끌어올렸다.
상반기까지 볼보코리아 상승세는 ‘올 뉴 XC90’가 주도했다. XC90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볼보를 재해석하게 만든 모델로 평가받는다. 특히 ‘토르의 망치’를 닮은 헤드램프서부터 뻗어가는 과감하고 역동적인 차체 라인이 완전히 달라진 볼보를 각인시켰다.
무엇보다 신차 디자인이 압권이다. 신형 XC60 외관 디자인은 볼보 최초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씨 작품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 있는 디자인을 XC60에 적용하고 싶었다”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아름다움은 비워냄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비울 수 없을 때 순수한 아름다움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이 빚어낸 스웨디시 감성은 매우 세심하면서 과감하게 표현됐다. 신차는 이전 세대보다 전장은 45mm, 전폭은 10mm 늘어나고 전고는 55mm 낮아져 안정적이면서 다이내믹한 스타일로 완성됐다. 또한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가 90mm 길어져 전체 비율 중 61.1%를 확보해 여유롭고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전면부 그릴의 옆면과 맞닿은 T자형 헤드램프, 보다 입체적인 세로형 그릴, 스타일리시하게 디자인된 리어램프 등 곳곳에 디테일한 요소를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측면에는 보닛부터 시작해 후면부로 갈수록 상승하는 벨트 라인, 후면부의 날렵한 캐릭터 라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루프 라인과 D필러 등 최소한의 라인을 사용해 전륜이 기본 베이스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으로 근육질 후륜구동 차량 느낌을 전달했다.
인테리어는 볼보차 특유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스웨덴 장인정신을 극대화했다. 자연 그대로의 나뭇결을 느낄 수 있는 천연 우드 트림과 스웨덴 국기 문양으로 마감한 대시보드의 크롬 장식 등 천연 소재와 수공예 요소를 활용한 마감이 인상적이다.
본격적으로 도로에 올라 주행 성능을 체험해봤다. 고속도로와 도심 주행 비율은 7대 3 수준이었다. 굴곡이 많은 곡선주로에서도 XC60 반응을 살폈다.
운전대를 잡자마자 볼보의 자랑인 ‘파일럿 어시스트Ⅱ’ 기능을 먼저 작동시켰다. 파일럿 어시스트Ⅱ는 자동차가 스스로 차로를 유지하고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해 달리는 기술이다. 속도를 시속 80km로 맞추고 앞차와의 거리를 설정했다. 그리고 운전대를 지그시 잡은 뒤 XC60에 운전을 맡겼다. 차량은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적정속도를 잘 유지해냈다. 신호 때문에 앞차가 멈추면 급정차 없이 깔끔하게 속도를 낮췄다. 출발 시에는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주면 이내 앞차를 따라갔다. 특히 차선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조향 조작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완만한 고속도로에서는 100%에 가깝게 주행 주로를 유지했다. 국도의 경우 가파른 곡선에서 몇 번 이탈하기도 했지만 꽤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반자율주행을 이어갔다. 장거리주행에서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운전피로를 확실히 줄여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주행 모드는 에코를 비롯해 컴포트, 오프로드, 다이나믹 등 네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XC60에는 조향 지원을 통한 ‘충돌 회피 지원 기능’, 주차 편의를 돕는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 쾌적한 환경을 위한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 등 각종 안전 및 편의사양을 갖추고 있다. 15개의 바워스&윌킨스 스피커는 실내 곳곳에 위치해 풍부한 오디오 음향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XC60 D4 가격은 트림에 따라 6090만∼6740만 원에 매겨졌다.
홍천=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