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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잔인해진 IS… 이슬람사원 출입구-창문 막고 학살극

입력 | 2017-11-27 03:00:00

이집트 테러 305명 사망
복면에 제복 입은 테러범 25∼30명, 창문으로 수류탄 던져 폭발시킨 뒤 빠져나오는 신도 향해 무차별 사격… 예배중인 500명 순식간에 아비규환
어린이 27명-마을남자 4분의1 참변… 거점 잃은 IS지부들 선명성 경쟁




“제가 설교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뒤 2분 만에 밖에서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한 무리가 신도들을 향해 총을 쏘면서 모스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이 창문을 통해 달아나려고 서로 밀치며 몸부림치는 광경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이집트 최악의 테러에서 살아남은 무함마드 압둘팟타흐 이맘(이슬람 성직자)의 불안한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는 끔찍했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카메라를 쳐다보지 못했다. 25일 이집트 검찰은 전날 북시나이주 비르알압드 지역의 알라우다 모스크에서 발생한 폭탄·총기 테러로 305명이 죽고 128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가운데 27명은 아이들이었다. 이번 테러로 라우다 마을 남성 4분의 1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당시 모스크에는 금요예배를 위해 약 500명의 무슬림이 모여 있었다. 예배가 시작된 지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수류탄 한 발이 창문을 통해 안으로 날아왔다. 큰 폭발음과 함께 수류탄이 터지면서 예배당은 아수라장이 됐다.

신도들은 모스크 밖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테러범들은 출입구와 12개 창문 앞에서 대기한 채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테러범 일부는 창문으로 수류탄을 던져 터뜨린 뒤 예배당 안으로 들어왔다. 현장에 있던 무함마드 알리는 총알 2발을 맞았지만 단상 뒤에 숨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는 “무자비한 대량학살이었다. 그곳에서 내 형제 3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목격된 무장괴한들은 25∼30명 규모로 복면을 쓰고 제복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테러범 중 한 명은 이슬람국가(IS)의 검은 깃발을 소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집트 IS 지부 ‘시나 윌라야트(시나이 지방)’의 소행이 거의 확실시되는 정황들이다. 이집트 공군은 테러에 사용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은신처를 폭격해 테러범 상당수를 제거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나 윌라야트의 전신은 2011년 시민혁명 이후 북부 시나이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안사르 바이트 알마끄디스(ABM·성지를 지키는 사람들)’다. 이들은 2014년 IS에 충성을 맹세했고, 2015년 224명 탑승객 전원의 목숨을 앗아간 러시아 여객기 폭파 사건의 배후를 자처하면서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이번에 IS의 타깃이 된 모스크는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인 수피파 사원으로 알려졌다. 시나 윌라야트가 이집트 군경과 콥트교도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대형 테러를 감행했지만 이슬람 사원을 겨냥한 것은 이례적이다.

타흐리르중동정책연구소의 티머시 칼다스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테러 동기를 2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IS가 이단으로 취급하는 수피 모스크가 합법적인 타깃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동안 이집트 정부의 반IS 캠페인에 협조해 왔던 이 지역의 사와르카 부족에 대한 보복 테러”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시나 윌라야트가 작심하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대형 테러를 저질렀다는 분석도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거점을 완전히 잃으면서 구심점을 상실한 IS 지부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버나드 헤이켈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절박해지면 누가 더 엄격한지를 둘러싸고 내분이 생긴다”며 “이들은 대의에 충실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경쟁하고 가장 극단적인 강경파가 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IS 지부들이 있는 다른 국가에서도 더욱 잔학한 테러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