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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못할 것 같아” 정유라 집 강도 영장 신청

입력 | 2017-11-27 03:00:00

“카드빚 2400만원 고민돼서…”
40대 범인, 일주일前 사전답사… 흉기로 마필관리사 찔러 상해




25일 한 40대 남성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집에 침입해 흉기를 휘두르다 경찰에 붙잡혔다. 정 씨가 살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건물 모습. 동아일보DB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 집에 침입해 금품을 빼앗으려던 이모 씨(44)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씨는 이 집에 최 씨가 숨겨놓은 재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 씨는 25일 오후 3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 정 씨의 집이 있는 빌딩 경비원을 흉기로 협박한 뒤 경비원이 갖고 있던 출입 카드를 이용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당시 1, 2층 복층 구조인 집 안 1층에는 정 씨의 아들(2)과 보모, 2층에는 정 씨와 마필 관리사 이모 씨(27)가 있었다. 범인은 경비원의 양손을 케이블 끈으로 묶은 뒤 “정유라 나와”라고 소리를 쳤다. 이에 마필 관리사 이 씨가 범인에게 달려들다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옆구리를 찔렸다. 범인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마필 관리사 이 씨는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독일로 도피했던 최 씨 모녀와 함께 현지에 체류했었다. 또 최 씨가 귀국해 검찰에 구속된 뒤 덴마크로 도피한 정 씨와 함께 지냈다. 정 씨와 마필 관리사 이 씨는 올 5월 같이 귀국했다.

범인은 범행 일주일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 씨의 집 위치를 알아낸 뒤 여러 차례 사전 답사를 했다. 또 인터넷 검색으로 최 씨 집안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봤다. 범인은 정 씨의 집에 침입할 당시 미리 준비한 가짜 권총과 흉기를 갖고 있었다. 경찰은 강도상해 혐의로 범인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범인은 경찰에서 “카드 빚 2400만 원을 어떻게 갚을지 고민이었다”며 “최 씨 일가가 돈이 많고 최 씨가 감옥에 있어서 범행을 저질러도 정 씨가 신고를 못할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범인은 전과가 없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정치 관련 단체에 가입한 흔적이 없고 진술도 없다. 범행에 정치적 목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씨는 사건 발생 뒤 마필 관리사 이 씨가 입원한 한양대병원에서 25일 밤 12시 무렵까지 경찰과 함께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정 씨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또 비상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정 씨의 아버지 정윤회 씨(62)는 “마필 관리사의 수술이 끝난 뒤 딸에게서 연락을 받았다”며 “딸이 경황이 없는 상태다.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파악은 안 되지만 무사히 종료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윤회 씨는 최 씨와 2014년 5월 이혼한 뒤 강원 횡성군에 머물고 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