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임관빈 석방, 전병헌 영장기각… 前現정부 실세 3명 신병확보 실패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64)이 24일 오후 법원에서 구속적부심사를 받고 풀러난 데 이어 이튿날 새벽 전병헌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9)의 구속영장마저 기각되자 검찰은 크게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이 22일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석방된 것을 포함해 사흘 만에 중요 피의자 3명의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적폐청산’ 수사를 바라보는 법원 내부 기류가 바뀐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 검찰, 임관빈 석방에 침묵
검찰은 임 전 실장에 대해 법원이 석방 결정을 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눈치다. 임 전 실장에게는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 외에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58)에게서 3000만 원가량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기소 전 보석’ 제도를 적용해 보증금 1000만 원을 납입하는 조건으로 임 전 실장을 풀어줬다.
증거를 인멸하거나 사건 관계자들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다는 점도 석방 결정의 이유가 됐다. 현직이 아닌 전직 공무원인 임 전 실장이 증거를 인멸하기는 어려우며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이므로 도망할 가능성도 낮다고 본 것이다.
임 전 실장 석방 결정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할 말이 없다”며 일절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전 장관 석방 때 “법원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출입 기자단에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반발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 “법원, ‘적폐청산’ 제동 거나”
롯데홈쇼핑에서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 명목으로 3억여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수수 등)로 청구했던 전 전 수석의 구속영장마저 기각되자 검찰의 당혹감은 더 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법원 내부 ‘기류 변화’를 거론하고 있다.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52)는 형사재판 관련 행정업무 총책임자다. 또 법원장을 보좌하며 영장전담 판사를 포함한 형사재판 담당 법관의 인사평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 법관이다. 또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수사범위가 확대되면서 사실 확인과 법리 검토가 부실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은 김 전 장관 등을 석방하고 전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혐의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수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비쳤다.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는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졌다. 또다시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자칫 수사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연내 소환조사를 목표로 달려온 검찰 수사 일정도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 국민의당-바른정당 “법원 결정 존중”
정치권에서도 임 전 실장 석방과 전 전 수석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설전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검찰의 망나니 칼춤도 끝나가는 시점이 오긴 왔나 보다”라고 적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 잘못은 꼭꼭 감추고 무리한 탄핵으로 집권한 것도 모자라 아예 (보수의) 씨를 말리려는 망나니 칼춤 앞에 우리는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이 사태가 조속히 끝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법원을 비난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국민의당 이행자 대변인은 “검찰의 반발이나 정치권의 노골적인 사법부 비판은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일로 몹시 유감”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윤수·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