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진 동굴에서 백일 동안 마늘만 먹었다지
여자가 되겠다고?
백일 동안 아린 마늘만 먹을 때
여자를 꿈꾸며 행복하기는 했니?
그런데 넌 여자로 태어나
마늘 아닌 걸
먹어본 적이 있기는 하니?’
‘곰곰’은 얼핏 ‘곰곰이’라는 부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실은 명사 ‘곰’을 겹쳐놓은 제목이다. 안현미 시인은 이렇게 유쾌하게 언어를 부리는 데 익숙하다. 그렇게 명랑한 시어들의 구조물 속에 육중한 메시지를 담는다.
‘곰곰’은 단군신화 속 웅녀를 향한 시다. 사람이 되고 싶어 환웅에게 구한 끝에 백일 동안 마늘만 먹으며 동굴에서 지내다가 사람이 됐다는 그이다. 그토록 인내한 끝에 여자가 된 웅녀에게 시인이 묻는다. 어떻게 여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마늘만 먹고 지냈냐고, 그렇게 백일동안 여자가 되길 꿈꾸면서 행복했느냐고. 이 자조적인 시구에는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