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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마당서 재즈 페스티벌… 순창이 들썩였다

입력 | 2017-11-28 03:00:00

[‘청년희망뿌리단’이 간다]“농촌지역에 재즈카페 열어 지역경제 살려요”
지방문화를 만드는 청년들




지난달 14일 전북 순창군 금산여관 마당에서 열린 재즈 페스티벌 ‘BOn VOyage 순창’에서 재즈 음악가가 건반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유럽 전문 가이드로 활동했던 장재영 씨(41)는 행정안전부 청년희망뿌리단의 도움을 받아 이 행사를 열었다. 방랑싸롱 제공

“20년 가까운 여행 가이드 역량을 모아 순창을 전국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만들겠다.”

유럽 여행 전문 가이드였던 장재영 씨(41·사진)는 지난해 전북 순창군을 찾았다가 눌러앉았다. 1969년 문을 연 순창 ‘1호 여관’인 금산여관에 묵었는데 고즈넉한 정취가 마음에 들었다. 장 씨는 아예 자신이 묵은 금산여관 110호실을 빌려 지난해 10월 차 커피 수제맥주 등을 파는 ‘방랑싸롱’을 열었다. 많아야 6명이 앉을 수 있는 비좁은 공간이지만 방과 접한 마당에 테이블을 놓으니 노천카페가 됐다. 빈티지 스타일의 노천카페는 입소문이 나면서 동네 단골은 물론이고 관광객까지 몰리는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생계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카페가 잘되자 그는 ‘제2의 고향’이 될 순창에 뭔가 기여하고 싶어졌다.

농촌지역 순창은 고령화로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다. 장 씨는 오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지역 경제를 견인할 아이템을 찾았다. 60개국 이상을 다닌 그의 머릿속에 축제가 떠올랐다. 조용한 농촌에 젊은이가 좋아하는 재즈 페스티벌을 열면 사람이 몰릴 것으로 봤다. 방랑싸롱 주 고객이 광주, 전주 등 인근 도시에서 온 젊은이들이니만큼 볼거리만 생긴다면 방문객은 자연히 늘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장 씨는 “문화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사람이 몰리고 지역 경제는 자연스레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청년희망뿌리단 사업을 알게 됐다. 청년희망뿌리단은 행정안전부가 지방에 정착하려는 대도시 청년들에게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컨설팅을 받게 해주는 사업이다.

재즈 페스티벌을 열려면 출연자 섭외부터 행사 홍보 등 전문가의 손길이 두루 필요하다. 장 씨는 올 8월부터 공연·기획 관련 전문기관인 로이예술문화연구소에서 공연 준비, 축제 홍보, 출연자 섭외, 장비 대여 등 공연기획 실무를 5차례에 걸쳐 배웠다. 그는 “청년희망뿌리단 사업은 정해진 특정 분야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수요자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었다. 내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고 말했다.

장 씨는 지난달 13, 14일 금산여관 안마당에서 재즈 페스티벌 ‘BOn VOyage 순창(좋은 여행 되기를 순창)’을 열었다. 마당에 플라스틱 의자 50개로 객석을 만들었다. 재즈 페스티벌은 기본이 되는 재즈 콘서트에다 여행작가 강연, 벼룩시장 같은 다양한 코너를 마련했다. 300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호응이 컸다. 페스티벌을 보러 순창 읍내에서 하루 묵은 사람만 80명이 넘었다. 장 씨는 주변 여관 3곳을 빌려 이들을 머물게 했다.

그는 협소한 금산여관 마당을 넘어 군청 앞마당, 초등학교 운동장 등 다양한 곳에서 재즈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공연 참가자도 중고교 밴드부, 교회 성가대 등 크고 작은 음악 단체들이 모두 참여하게 할 계획이다. 장 씨는 “일본 오사카 북쪽 다카쓰키(高槻)는 고베, 오사카, 교토 등 대도시의 틈바구니에 있는 작은 도시다. 별다른 경쟁력이 없는 이 도시에서 매년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20만 명 이상이 다녀간다. 교회, 학교 운동장, 신사(神社)도 공연장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 우려가 큰 농어촌에 도시 청년들이 정착해 지역 경제를 일으킬 수 있도록 청년희망뿌리단의 지원 대상과 분야 등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