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골목시장]<5·끝> 창원 봉곡시장
창원 시민들이 봉곡시장 한편에 마련된 쇠코뚜레 던지기 등 민속놀이를 체험하고 있다. 지난해 골목형시장으로 선정된 봉곡시장은 다양한 민속체험 거리를 마련해 ‘역사민속체험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창원=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봉곡시장은 지난해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시행하는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상가건물이 중심이 되다 보니 시장 골목이 길게 늘어져 있지 않고 바둑판 같은 격자 모양이다. 골목 곳곳에 파라솔이 펼쳐져 있고 상인들이 내놓은 갖가지 물건들이 골목으로 얼굴을 내밀어 지나가는 손님의 눈길을 사로잡는 정겨운 풍경이었다.
○ 노력하고 봉사하는 시장
봉곡시장 상인들은 자랑스레 시장의 시훈(市訓)을 소개했다. 시훈은 ‘노력하는 시장, 봉사하는 시장, 찾아오는 시장’. 이흥진 봉곡시장 상인회장(64)은 “지역주민들의 관심 덕에 우리 시장이 있는 것”이라며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시장 상인들이 노력해 주민들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을 다하고, 주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게 하겠다는 목표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봉곡시장 상인들의 단합은 남다르다. 상인회 소속 상인들은 봉곡시장 이름이 새겨진 노란색 조끼를 착용하고 수시로 시장을 정리하고 상인들에게 안부를 건넸다. 시장 환경미화를 하거나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 노란 조끼를 착용한다. 이 회장은 “시청 등 공적인 장소에 갈 때도 종종 이 조끼를 입는다”며 “조끼를 입고 모두들 자기 집을 관리하듯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곡시장의 단합된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봉곡시장이 전통시장으로 등록된 것은 2011년 8월. 다른 전통시장들에 비해 역사가 길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시장의 전반적인 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마음 맞는 상인 몇 명이 모인 번영회가 있었지만 시장 전체의 의견을 아우르기에는 부족했다.
주변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도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었다. 이 회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시장에 위기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늦게 자리 잡은 만큼 더욱더 노력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작은 번영회로 시작했던 상인들은 더욱 단결하기 시작했고 회칙을 가진 상인회도 꾸렸다.
시장 상인들은 봉곡시장의 지향점을 ‘현재와 과거가 공존할 수 있는 시장’으로 잡았다. 우선 인근 지역에 창원의집 역사민속전시관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곳에서 민속 전시를 관람한 방문객을 시장으로 유치하기 위해 ‘역사민속체험시장’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가게들은 각 매장의 특성에 맞는 민속자료를 전시했다. 옷 가게 앞에는 궁중 한복 체험, 떡집 앞에는 디딜방아 체험, 신발가게 앞에서는 전통신발을 체험할 수 있다. 미용실 앞에서는 가체와 갓 등을 써 볼 수 있도록 해 점포의 특성을 살렸다. 시장을 찾는 손님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들 체험 기구를 사용해 볼 수 있다.
○ 장학금·홀몸노인 돕기 나서
봉곡시장은 지역민과 함께하는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선 민속체험시장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창원시내 소재 유치원 및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체험학습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앞으로 체험학습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활쏘기나 제기차기, 송편 만들기, 윷놀이 등 새로운 민속체험장 조성도 구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추후 교육청과 연계해 더 구체적인 학습의 장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주변 학교들에 연말마다 소정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오프라인 시장을 넘어 온라인 시장으로의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장이 운영하는 ‘잉꼬 과일백화점’ 등은 자체적으로 블로그를 활발히 운영하며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달래네숯불생막창 등 시장 내 여러 맛집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맛집으로 소개되며 젊은 인구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 회장은 “봉곡시장 상인들은 늘 지역민들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 시장의 시훈에서 알 수 있듯 우리가 노력하면 지역민들도 봉곡시장으로 꾸준히 찾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창원=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