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봉곡시장을 지켜온 봉곡생선의 신해자 씨(위쪽 사진)와 봉곡시장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떡도령의 김종대 씨는 “정이 넘치는 봉곡시장은 가족 같은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창원=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신 씨에게 봉곡시장은 ‘가족’이다. 신 씨는 “우리 집 단골손님들은 말 그대로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 씨는 변함없이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엄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눈빛만 봐도 어떤 생선을 살지 알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진 단골이 많다. 시장 상인들끼리도 형제만큼 친하다. 신 씨는 “경조사까지 함께 챙길 정도로 가깝다”며 “오히려 형제보다도 친하다면 친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씨는 “요즘 같은 메마른 세상에 정을 나눌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사람 냄새 풍기는 전통시장이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상에 비닐 천막을 쳐서 만들었지만 여느 가게 못지않게 튼튼한 ‘인삼할매’ 가게도 봉곡시장 큰길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봉곡시장에서 27년간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 홍말련 할머니(73)는 “우리 집에서 파는 대추며 인삼, 고사리, 모과가 웬만한 대형마트 물건보다 싱싱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홍 할머니 역시 이곳 시장에서 4남 3녀를 키워냈다. 홍 할머니는 “봉곡시장은 곧 내 삶과 같다”며 “특히 우리 가게를 수십 년간 찾아 준 단골손님들이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을 볼 때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김 씨의 떡집 앞에는 떡메치기를 체험할 수 있는 방아가 놓여 있는데 길을 지나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르신까지 모여 정답게 말을 건네고 간다. 김 씨는 “어린아이들은 방아를 신기해하며 민속 체험을 즐기고, 어르신들은 예전에 방아를 이용해 밥도 떡도 만들어 먹었다며 넌지시 이야기를 건네기도 한다”며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봉곡시장에서 은퇴할 때까지 머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7년 전 시장 안으로 들어와 통닭집을 운영하고 있는 남명환 씨(56) 역시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왔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을 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남 씨는 “전통시장에는 덤을 더 얹어주고 단골을 기억하는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봉곡시장 같은 전통시장이 사람들의 삶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상인들끼리 더 노력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