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집회는 낙태수술 적발 때 1개월까지였던 의사 자격정지를 최대 12개월로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로 촉발됐다. 참가자들은 인구 억제를 위해 몇십 년 동안 낙태를 방조해 온 정부가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낙태를 쟁점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폴란드가 ‘낙태 전면 금지’를 발표하자 10만 명 넘는 여성이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와 반대한 ‘검은 시위’가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결국 우리 정부도 폴란드처럼 계획을 백지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한국, 일본, 이스라엘, 핀란드 등 9개국을 제외한 25개국은 임신부의 요청에 따른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 1973년 낙태죄(형법 제269조)를 제정했지만 2012년부터 최근까지 처벌받은 사람은 105명이고, 이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다. 음성적으로 횡행하는 낙태 시술은 OECD 최고치인 한 해 16만 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낙태죄 폐지 청원자가 23만 건을 넘어서자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현행 법제는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 있다”며 낙태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밝혔다.
조수진 논설위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