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모과나무
모과 열매는 상큼하고 그윽한 향으로 공간을 채운다.
우리나라 전역에서도 모과나무를 흔히 볼 수 있지만 현재 남한에는 천연기념물 모과나무가 없다. 전남 구례군 화엄사 구층암의 모과나무로 만든 기둥은 내가 본 모과나무 중에서 가장 인상 깊다. 경북 칠곡군에 위치한 신라 고찰 도덕암의 팔백 살 모과나무는 내가 만난 가장 나이 많은 모과다. 이곳의 모과나무는 높이가 10m, 둘레가 4m에 이른다. 모과나무는 둘레가 1m 자라는 데 200년이 걸릴 만큼 성장이 더디다. 그래서 아주 나이 많은 모과나무를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다. 놀부가 동생 흥부 집에서 가져간 화초장이 모과나무로 만든 것을 알면 모과나무의 문화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
모과나무는 장미과라서 꽃잎이 다섯 장이다. 모과나무의 꽃은 아주 아름답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잎에 가린 꽃을 보기 어렵다. 그러나 한번 모과나무 꽃을 자세히 보면 그 매력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모과나무는 꽃을 피우는 과정을 겉으로 보여주는 나무다. 봄철 모과나무의 축축한 줄기는 꽃이 필 때 물관세포를 통해 물을 올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과나무의 열매를 ‘못생김’의 대명사로 사용한다. 얼굴을 비롯해서 못생긴 물건을 비유할 때 모과나무의 열매를 끌어온다. 사람들의 모과나무 열매에 대한 이중적인 인식은 한 존재를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차별하는 마음 때문이다. ‘대학(大學)’의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心不在焉視而不見)’란 구절처럼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편견은 한 존재의 가치를 온전히 볼 수 없게 한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