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6년 전 미국에서 한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 씨를 1일 서울역에서 체포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한인 음식점 종업원인 박 씨 등은 고 씨와 처음 본 사이였다.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됐다가 나이와 서열 등을 놓고 싸움이 벌어졌다. 고 씨는 이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뒤 흉기에 찔린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 일행은 현장에서 달아났다. 일주일도 안 돼 덜루스경찰은 3명을 1급 살인 및 가중폭행죄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하지만 박 씨는 사건 다음 날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왔다.
검거된 3명은 이듬해 1월 미국 법정에 섰다. 피고인들은 하나같이 “나는 범인이 아니다” “찌르는 것도 보지 못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2014년 보석으로 풀려난 이들은 한국으로 간 박 씨를 진범으로 지목했다. 한인사회에서는 이 사건을 ‘미국판 이태원 살인사건’으로 불렀다.
덜루스 한인 살인사건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미국 정부는 8월 29일 유력 용의자 박 씨의 인도를 한국에 요청했다. 서울고법은 이를 받아들여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인터폴 추적수사팀과 박 씨 추적에 나섰다. 그리고 이달 1일 서울역에서 박 씨를 붙잡았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한국에 온 뒤 서울 서대문구에 방을 얻어 홀로 지냈다. 건강보험 등에 기록이 남지 않는 비정규직이나 일용직으로 일했다. 휴대전화도 서울에 살고 있는 누나 이름으로 개통했다. 하지만 검거 후에도 박 씨는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박 씨의 신병 인도 절차를 곧 진행할 예정이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