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물 전문매체 ‘도도’
미국 동물 전문 버티컬 미디어 ‘도도’의 전문 경영인 김유정 사장이 미 뉴욕 맨해튼 도도 본사 인근 카페에서 자신의 스마트폰 속에 담긴 도도 동영상을 설명하고 있다([1]). 맨해튼 남서부에 있는 도도 본사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개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2]). 다양한 동물 관련 콘텐츠로 가득한 도도 웹사이트([3]). 뉴욕=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도도 제공·도도 웹사이트 캡처
‘도도’는 멸종된 새 이름. 16세기까지 인도양 모리셔스섬에서 번성했지만 포르투갈 선원들이
도도는 멸종했지만 뉴미디어 ‘도도’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11월 27일 현재 도도 페이스북 페이지의 구독자는 1680만 명. ‘뉴욕타임스’(1495만 명) ‘워싱턴포스트’(608만 명) ‘가디언’(779만 명) 등 유력 매체의 페이스북 구독자보다 많다.
○ ‘동물+인간+시사’ 결합
이날 기자가 만난 인물은 2015년 11월부터 도도 경영을 맡고 있는 김유정 사장. 재미교포 2세로 프린스턴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월가 금융사 크레디트 스위스에서 근무했다.
김 사장은 우연히 친구 소개로 공동 창업자 레러를 만났다. ‘경영보다 콘텐츠 생산에 더 집중’하고 싶었던 창업자 레러와 ‘돈보다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었던 김 사장은 도도 멤버로 의기투합했다.
김 사장은 인근 카페로 자리를 옮긴 뒤 영어로 “이곳은 한국으로 치면 홍익대 앞이나 압구정동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한국어는 서툴지만 2년에 한 번은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고국에 관심이 많았다.
○ 소셜미디어에 따라 제목과 편집 특화
도도 독자의 절대 다수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 전체 독자의 65%가 여성이며 대다수는 어린 자녀를 둔 28∼34세의 엄마다.
김 사장은 “사용자의 70%는 도도 웹사이트(thedodo.com)가 아니라 페이스북, 유튜브, 스냅챗 등 소셜미디어로 콘텐츠를 본다”며 “같은 내용이라도 소셜미디어 특징에 따라 제목과 소개 문구를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고 했다.
그는 직접 스냅챗 뉴스 페이지에서 염소 한 마리가 건물의 통유리를 뿔로 들이받아 깨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여줬다. 미 10대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스냅챗에서의 제목은 ‘염소가 카메라 앞에서 ‘진짜 미친 짓’을 한다(Goat does ‘the craziest thing’ on camera)’다. 반면 유튜브는 ‘염소가 아무 이유 없이 창문을 박살내다(Goat Smashes Windows For No Reason)’로 달랐다. 10대 이용자가 많은 스냅챗에선 발랄하고 톡톡 튀는 제목을, 연령대가 높은 유튜브나 페이스북은 점잖은 제목을 쓰는 맞춤형 전략인 셈이다.
현재 도도 직원 60명 중 절반인 30명은 동영상 촬영 및 편집을 담당한다. 이어 10명이 이용자 분석과 호응도 등 소셜미디어 데이터 분석을 맡고 경영직 7명, 기자 5명 등이다.
기자들의 주 업무는 콘텐츠 선정 및 자막 작업이다. 자체적으로 어떤 동영상을 촬영할지를 결정하고, 독자나 동물 애호단체가 제공해 온 동영상 중 어떤 것을 쓸지 선택한 뒤 적절한 자막을 넣는다. 취재 및 기사 쓰기에만 치중하는 전통 언론사 기자와 달리 프로듀서(PD)와 카피라이터의 역할까지 겸하는 셈이다.
개별 동영상의 조회 수가 1500만 건을 넘으면 회사 차원에서 격려 자리를 마련한다. 컵케이크와 샴페인을 가져와 직원 전체가 작은 파티를 여는 것. 김 사장은 “동영상 중간에 등장하는 짧은 자막이 독자 호응도를 좌우한다. 슬픈 내용이라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도도 기자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 소셜미디어로 수익 창출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매체답게 도도의 주 수익원도 소셜미디어다. 지난해 스냅챗과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었고 올해 5월부터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는 동영상에 중간 광고를 삽입했다. 9월에는 유튜브의 대항마 격인 신종 동영상 플랫폼 ‘워치(Watch)’에도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도도는 지난해 9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와 별도로 ‘도도 임팩트’ 페이스북 페이지도 개설했다. 동물 보호단체, 기업, 독자 등과 함께 만든 기획 동영상을 게재한다. 도도 임팩트 구독자도 이미 300만 명을 넘었다.
도도 임팩트는 특정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킨다는 점에서 네이티브광고(NA)와 유사하다. 김 사장은 “네이티브광고 매출이 매월 도도 전체 매출의 40∼70%를 차지할 정도”라며 “미디어 스타트업은 기성 언론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고 변화 적응 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도도 소개 동영상▼창업 3년 만에 놀랄 만한 성장 ‘도도’… 그 뒤엔 ‘레러 패밀리’ 있다▼
“지주회사가 영업 전담… 산하 뉴미디어들은 콘텐츠 생산에만 집중”
‘도도’의 급성장에는 미국 뉴미디어 업계의 거물 ‘레러 패밀리’의 후광 효과가 있다.
공동 창업자 이지 레러의 아버지 케네스는 ‘허핑턴포스트(현 허프포스트)’의 공동 창업자 겸 미국을 대표하는 뉴미디어 ‘버즈피드’ 회장이다. 오빠 벤은 라이프스타일 전문 디지털 매체 ‘스릴리스트(Thrillist)’의 창업자다. 이들 부자는 뉴미디어 전문 투자회사 ‘레러 히포 벤처스(LHV)’도 공동 창업했다.
이런 가족을 둔 덕분에 이지는 2014년 도도 창업 당시 유명 벤처캐피털들로부터 200만 달러(약 22억 원), 디스커버리 등 4개 회사에서 468만 달러(약 51억 원)를 투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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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인미디어의 직원은 총 500명. 도도 등 4개 뉴미디어는 재무, 영업팀을 공유한다. 김유정 도도 사장은 “미디어 스타트업이 가장 고전하는 부분이 판매, 영업인데 나인미디어 영업팀이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영업을 대신 해줘 콘텐츠 생산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