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연극 ‘밖으로 나왓!’ 일본의 노다 히데키 감독 작품, 역할과 성별 다른 배우들이 연기
노다 히데키의 연극 ‘밖으로 나왓!’의 화려한 색감의 무대는 특유의 일본풍이 물씬 묻어난다. 국립극단 제공
23일부터 나흘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내한공연을 가진 일본 도쿄예술극장 예술감독 노다 히데키(62)의 연극 ‘밖으로 나왓!’은 러닝타임 80분 내내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 작품이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만삭의 반려견 ‘프린세스’가 출산을 앞둔 상황이라 가족 중 한 명은 꼭 곁을 지켜야 하는 상황. 일본 고전극 배우협회 623주년을 기념하는 모임이 있는 아빠 ‘보’, 3개월 전부터 아이돌 그룹 콘서트 티켓을 예매해둔 엄마 ‘부’, 신흥 사이비 종교 모임에 가려는 딸 ‘피클’은 서로 외출해야 한다고 악다구니를 쓴다.
조금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만 달리던 가족은 각자의 발목에 쇠사슬을 건 뒤 열쇠를 버려 아무도 나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자초한다. 스마트폰 중독 증세를 보이는 딸 피클을 못마땅하게 여긴 부모는 스마트폰을 박살내고, 격렬한 몸싸움 과정에서 인터폰과 유선전화마저 망가뜨린다. 세 사람은 쇠사슬에 발이 묶여 고립된 것은 물론이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모든 도구와도 단절된다. 대사와 상황이 황당하고 익살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인간의 이기심과 어리석음, 씁쓸한 맛이 풍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