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가수 겸 배우 수지(23·본명 배수지)를 겨냥해 ‘언플(언론 플레이)이 만든 거품’ ‘국민호텔녀’ 등 모욕적 인터넷 댓글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던 3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박이규 부장판사)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39)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씨는 2015년 10∼12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수지 관련 기사의 댓글란에 “언플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호텔녀”, “영화폭망 퇴물 수지를 왜 설현한테 붙임? 제왑(JYP엔터테인먼트) 언플 징하네” 등의 글을 게재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이 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국민호텔녀’, ‘영화 폭망’, ‘퇴물’ 등 표현이 고소인(수지)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적 언사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연예인 등 공적 관심을 받는 인물에 대한 모욕죄를 살필 때 비연예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형 연예기획사가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특정 연예인을 긍정적으로 다룬 기사를 유통시키는 경우도 존재한다”며 댓글로 ‘언플이 만든 거품’이라고 쓴 것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퇴물’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모욕적 언사로 볼 수 있으나 연예인 직업의 특성상 ‘전성기는 지났다’는 생각을 과격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인터넷 공간이라도 보다 절제되고 타인을 배려하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 권장되지만, 이런 윤리를 형벌이라는 최후 수단으로 관철하려 할 때는 더욱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씨에 대한 무죄 선고에 불복해 지난 9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전망이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