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조진호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 시절 1회 대회 포항 우승 이끌어
울산 현대와 부산 아이파크가 격돌하는 2017 FA컵 결승전이 29일(부산구덕운동장)과 12월3일(울산문수경기장) 홈&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는 가운데 이번 대회의 스타탄생에 관심이 쏠린다.
FA컵은 프로와 아마팀이 모두 출전하는 대회라는 점에서 K리그 우승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아울러 한 시즌 내내 치러지는 리그제가 아니라 지면 곧바로 탈락하는 토너먼트라는 점도 변수다.
1996년 1회 대회 결승은 포항과 수원의 대결이었는데,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포항이 정상에 올랐다. 초대 MVP는 포항 조진호였다. 그는 토너먼트 내내 혼신을 다해 뛰며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21년이 지난 올해, 부산 사령탑으로서 FA컵 4강까지 이끌며 정상 도전을 노린 조 감독은 지난달 초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제 남은 건 선수들의 몫이다. 부산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2001년 FA컵 우승을 차지한 대전.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001년 FA컵도 많은 스토리를 남긴 대회다. 우승은 포항을 꺾은 대전 시티즌이 차지했다. 대전은 그 해 K리그 꼴찌였다. FA컵을 통해 창단 후 첫 우승을 하며 극적인 반전을 꾀한 것이다. MVP는 결승전 결승골의 사나이 김은중이었는데, 4골로 MVP와 득점왕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대전 사령탑은 이태호 감독이었다. 둘의 특징은 한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였다는 점이다.
1980년대를 풍미한 골잡이 이 감독은 선수 시절 경기 중 사고로 한쪽 눈이 실명된 상태였다. 김은중 또한 어릴 때 사고로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핸디캡을 극복한 이 감독과 김은중의 스토리는 팬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2015년 FA컵 MVP 다카하기. 스포츠동아DB
MVP는 한번 받기도 힘들다. 국내 최고 선수로 평가받는 이동국(전북)은 단 한번도 FA컵 우승이나 MVP, 득점상을 타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수원 미드필더 염기훈은 복이 많은 선수다. 2010년과 2016년 등 2차례나 MVP에 올랐다. 골키퍼의 MVP 수상이 많다는 점도 이채롭다. 21회 중 4차례나 수문장이 영예를 안았다. 2004년 김용대(부산)를 시작으로 2009년 이운재(수원), 2013년 신화용(포항), 2014년 박준혁(성남)이 주인공이다. 승부를 반드시 내야하는 토너먼트 경기에서 골키퍼의 활약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FA컵 최다우승 사령탑은 3회의 허정무 감독이다. 전남을 이끌던 1997년과 2006년, 2007년에 각각 정상에 올랐다.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과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 우승을 맛본 케이스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