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유아인. 동아닷컴DB
“유아인은 그냥 한 20미터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일 것 같다. 막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칸에 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있으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하고 코 찡끗할 것 같음.” 그렇게 시작됐다.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 찡끗)”
자신에 대한 가벼운 인상평에 유아인은 대꾸했다. 이에 누리꾼은 “전형적인 한남(한국남자)짓 그만하라”며 “맞아봤음?”이라는 표현의 폭력성을 의심했다.
여성으로 짐작되는 한 누리꾼의 인상평으로 시작된 사태는 ‘애호박 게이트’라고까지 불리며 SNS를 통한 격렬한 설전으로 일파만파 커져갔다. 그 사이 ‘여혐’의 혐의를 받는 일부 온라인 이용자들이 유아인을 지지하는 심상치 않은 시선도 나타났다. 반대로 ‘유아인=폭력적 남성’과 ‘누리꾼=사회적 약자(이거나)로서 여성’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강하다.
그들의 폭력적 말들은 불필요한 이분법적 갈등을 강요하는 것이기도 해서 더더욱 우려스럽다. 이미 언급한 오해의 대립양상도 바로 그 방증이다.
따라서 유아인이 벌이고 있는 현재의 ‘싸움’이 그 익명의 언어폭력을 더 이상 감수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설전의 사태가 더 이상 익명의 폭력적 언어로써만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아마도 유아인을 포함해 현재 싸움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이들의 바람이기를 기대한다.
P.S. 유아인도 ‘메갈짓’(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에 대한 부정적 표현) 등 결코 유쾌하지 못한 말들을 내놓은 것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증오를 포장해 페미인 척”하는 것이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확산시킬 수 있을지언정, “메갈짓”이란 표현만으로도 또 다른 ‘여성혐오’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