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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직무 상담통해 내 꿈 찾아… 취업성공”

입력 | 2017-11-29 03:00:00

취업성공패키지로 ‘3개월의 기적’ 이룬 사람들




2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 주관으로 ‘취업성공 패키지 직업상담 우수사례 공유 컨퍼런스’가 열렸다. 직업상담원들이 발표하는 우수사례와 학계 패널들의 토론을 참석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무더운 날씨에도 긴 셔츠를 입고 땀을 흘렸다. 상담사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바닥만 쳐다봤다. 상담사의 질문에는 “글쎄요” “참아야죠” “몰라요” 같은 부정적인 말만 반복했다. 가족에 대해 묻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고 눈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검정고시로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오모 씨(22·여)가 경기 광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처음 찾았을 때 강순미 상담원에게 비친 첫인상이다. 당시 오 씨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장기간 일자리를 얻지 못한 탓에 수면장애와 우울증, 정서불안을 함께 겪었다. 오 씨의 오빠 역시 초등학생 때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아 일을 하지 못했다. 오 씨는 일자리를 빨리 얻고 싶어 했지만 그럴 의욕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내세울 ‘스펙’이나 자격증도 없었다.

○ 취업성공 패키지로 찾은 희망

강 상담원은 일단 오 씨에게 취업성공 패키지(정부의 취업지원 서비스)의 지원을 받아 컴퓨터활용능력(2급) 자격증과 전산회계 1급, 전산세무 2급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했다. 또 직업선호도 검사와 직업심리 검사도 진행했다. 검사에서 오 씨는 단순 사무직보다는 활동적이고 성취감을 느끼는 사무직이 적절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강 상담원은 1주일에 한 번 30∼40분씩 오 씨를 상담했다. 불우한 가정환경을 이겨내고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북돋았다. 오 씨의 상황과 특성에 최적화된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했다. 오 씨는 현재 취업성공 패키지 과정을 2단계까지 마치고 실제 취업을 알선받는 3단계에 진입했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고용촉진장려금 제도를 이용해 오 씨를 채용할 기업을 탐색하고 있다. 우울증에 빠져 있던 한 청년이 취업성공 패키지를 통해 희망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강 상담원은 “청년에게 격려와 공감을 주는 것이 그 어떤 상담 전략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취업성공 패키지는 고교나 대학 졸업예정자, 대졸 미취업자의 취업은 물론이고 중장년층의 재취업까지 돕는 정부 서비스다. 올해 8월부터는 3단계에 진입한 만 34세 이하 청년들에게는 월 30만 원의 구직수당이 3개월간 지급되고 있다. 24일에는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 주최로 취업성공 패키지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콘퍼런스도 열렸다. 현장 상담원들이 우수 사례를 발표하고 이를 정부, 학계와 공유함으로써 취업성공 패키지를 더 보완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다.

○ 3개월 집중 관리로 취업 성공

취업성공 패키지를 통해 공공기관 취업에 성공한 20대 후반 나모 씨 사례도 이날 발표됐다. 숭실대를 졸업한 나 씨는 토익 850점에 영국 거주와 인도 어학연수 등 해외 경험도 있다. 하지만 2013년 졸업 후 3년 동안이나 취업을 하지 못했다.

손용우 상담원은 나 씨에게 직업심리 검사를 실시했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고 사람들과의 교류에도 흥미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쉽게 적응을 못 하고 불안해지는 성격이 발견됐다. 부모가 모두 전문직에 종사하고 친척들의 스펙이 뛰어나기 때문에 자신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을 몹시 불안해한다고 파악됐다.

손 상담원과 나 씨는 지난해 10∼12월 6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먼저 나 씨가 원하는 직무와 꿈을 파악하고 직업심리 검사를 토대로 적당한 직무가 뭔지 파악했다. 입사지원서 컨설팅과 면접 클리닉을 통해 본인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도록 유도했다. 당시 나 씨는 해외취업 또는 급여는 적더라도 안정적인 직장을 희망했다. 손 상담원은 “해외취업에 대한 준비가 현재 많이 부족하다”며 “국내 공공기관의 사무직으로 취업을 노려보는 게 가장 좋겠다”고 조언했다. 나 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2지망은 중견기업 이상의 경영지원직을 노려보자고 둘은 다짐했다.

이 과정에서 나 씨는 계속 지원서를 써나갔고 면접에 임할 때마다 손 상담원이 맞춤형 컨설팅을 해줬다. 일단 모의면접을 하면 나 씨가 자신의 발언을 스마트폰에 직접 녹음하도록 했다. 평소 객관적인 단어를 잘 쓰지 않고 종교적인 말을 자주 하는 나 씨의 언어습관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또 면접을 본 다음 면접 대상과 일시, 형태, 분위기, 질문, 후기 등을 정리한 ‘면접 포트폴리오’를 만들도록 했다.

이런 훈련으로 나 씨의 면접은 놀라울 정도로 개선됐다. 본인의 단점을 스스로 파악하고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나 씨가 한 협회 공채의 2차 면접(식사면접)까지 올라가자 손 상담원은 자신이 가상의 면접관이 돼 모의 식사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나 씨는 결국 이 협회의 신입사원으로 당당히 합격했고 현재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다. 손 상담원을 만난 지 3개월 만에 달성한 쾌거다. 손 상담원은 콘퍼런스에서 “직업상담은 대상자의 유형과 구직 상황에 맞춰 멘토링, 컨설팅, 카운슬링, 코칭 등의 다양한 상담기법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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