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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윤완준]단둥서 사라지는 대북 밀무역… 中의 제재 의지 주목

입력 | 2017-11-29 03:00:00


윤완준 특파원

“최근 중국의 큰 변화는 자국법을 적용해 북한을 제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중국 내 북한 교역 창구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일대를 취재할 때 한 대북 소식통이 이렇게 말했다. 현장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

중국 당국은 밀무역뿐 아니라 북-중 접경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보따리상’ 등 북-중 무역 전반에 대해 이전에 비해 엄격한 통관 규정을 적용하고 있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정한 대북 제재 품목이 아니더라도 규정량을 초과하는 등 이전에 묵인해 오던 자국법을 위반할 경우 바로 대북 무역상들을 조사, 체포하고 있다.

밀무역으로 돈을 번 단둥 지역 유력 조선족 기업가는 최근 4번이나 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크게 위축됐다고 단둥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단둥의 압록강을 따라 100여 개에 이르는 부두마다 해양 경비 병력을 배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뒤 순찰이 강화됐다고 한다. 조선족 기업인 A 씨가 “밀무역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할 때 괜한 엄살은 아닌 듯 보였다. 중국 당국은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인 자국의 대북 거래 기업뿐 아니라 대북 기업 전체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른바 중국식(式) 독자 제재는 과거와는 다른 현상이다. 중국은 그동안 유엔 안보리의 제재 이외에 미국의 독자 제재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또 자국 독자 제재의 존재를 부인해 왔다.

8월 랴오닝성 선양(瀋陽)을 방문한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도 “생각보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서)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북-중 접경지역에 전문가들을 파견해 제재 이행 상황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9월 이후 중국의 대북 제재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아직 구멍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을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조여 가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단둥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의 빈손 귀국 이후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어떤 압력 조치를 내놓을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모든 상황은 ‘북한을 더욱 압박하라’는 국제사회의 대중국 압박이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음을 나타낸다. 다음 달 10일 직물·섬유 수입 전면 중단, 수산물 밀무역 단속 강화, 중국 내 북한 노동자 신규 비자 연장 금지, 내년 1월 9일 중국 내 북-중 합작기업 퇴출 등에서도 중국이 책임을 다하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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