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법 시범시행 한달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3일 연명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A 씨처럼 연명의료결정법상 절차를 밟아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포기한 환자가 총 7명이라고 28일 밝혔다. 이 중 스스로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라 연명의료를 포기한 환자는 2명뿐이었고 나머지 5명 중 4명은 A 씨처럼 가족이 환자의 평소 의중을 대신 증언하는 방식을 취했다. 1명은 연명의료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낸 적이 없어 가족 전원이 연명의료 포기에 대신 동의했다.
사망자 7명 중 이미 받고 있던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A 씨가 유일하다. 나머지 6명은 새로운 연명의료를 받지 않는 ‘유보’ 결정을 내렸다. 새 법은 중단과 유보의 무게가 같다고 보고 있지만, 실제 환자와 가족은 이미 부착한 인공호흡기나 혈액투석기 떼는 것을 더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건강한 사람도 작성할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총 2197건 접수됐다. 서울(681명)과 경기(608명), 충청(343명), 대전(137명)을 제외한 시도는 작성자가 거의 없었다. 접수 기관이 서울, 대전, 충남에 총 5곳뿐이기 때문이다. 전체 작성자 중 여성(1515명)이 남성(682명)보다 배 이상 많았고, 연령별로는 70대(748명), 60대(570명), 50대(383명) 순이었다.
복지부는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한 새 법의 취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내년 1월부터 TV와 라디오, 지하철 광고를 비롯한 대대적인 홍보 사업을 할 예정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접수 기관이 부족한 광주, 제주, 울산 등의 거주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2월부터는 지역 보건소나 사회복지시설 등에서도 의향서를 접수한다.
하지만 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입원 환자가 연명의료를 포기하려면 병원은 종교인·법조인·윤리학자 등 외부인사를 포함한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복지부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적잖은 요양병원은 외부인사는커녕 의사 부족에 시달린다. 지난해 요양병원에서 임종기를 맞은 환자가 5만9852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만 명의 노인이 ‘존엄하게 죽을 권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미라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요양병원 등 중소병원은 ‘공용윤리위원회’와 협약해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