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넘은 CEO]<3·끝> 서형바이클랙㈜ 박흥일 대표
박흥일 서형바이클랙㈜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2단 자전거 보관대’를 소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불편한 다리로 영업하러 다니느라 고생했지만 기술력으로 판로를 개척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형바이클랙 제공
박흥일 서형바이클랙 대표(68)는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소아마비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태어난 다음 해 6·25전쟁 피란길에서 부모님이 꽁꽁 싸맨 포대기에 피가 안 통할 정도로 다리가 조이면서 장애를 얻게 됐다. 절뚝거리며 걷는다”고 했다.
박 대표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천장 크레인 등 각종 산업설비를 생산하는 회사의 영업 담당 직원이었다. 그러다 2000년 지금의 서형바이클랙을 세우고 기계식 자동주차 설비를 생산했다. 자리를 잡아가던 회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거래하던 건설업체가 부도나면서 어음을 받지 못했다. 전문건설업인 자동주차 설비 생산은 건설경기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는 2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2012년 2단 자전거 보관대를 내놨다. 서울 신도림역, 이수역을 비롯한 지하철역사와 연세대 등에 설치된 2단 자전거 보관대가 모두 이 제품이다.
부족한 자금은 공공기관의 사업을 활용했다. 2014년부터 매년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생산자금을 지원받았다. 올해는 KOTRA의 ‘수출바우처’ 업체로 선정돼 도움을 받고 있다.
자금 지원에 힘입어 올해 도난방지용 잠금 기능을 추가한 보관대를 개발했다. 특허 등록도 마쳤다. 옷장처럼 자전거를 통째로 넣을 수 있는 캐비닛형 보관대도 출시해 양산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도난·분실이 많아지면서 만든 잠금 보관대는 현재 유럽연합(EU)에서도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형바이클랙은 5종의 발명특허, 4건의 디자인특허 및 실용신안 등 총 9건의 국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의 꿈은 수출이다. 그는 “지난해 일본에, 다음 달엔 영국에 시제품을 보낼 예정이다. 내년에는 수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현재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보관대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이고 아마존, 알리바바 등에도 입점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