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도발]北 75일만의 도발 의도는
“용감히 쏘라”… 이번에도 친필 명령 북한 조선중앙TV는 29일 “김정은 동지께서 28일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시험발사를 단행할 데 대하여 친필명령하셨다”며 김정은이 서명하는 모습(왼쪽 사진)과 발사지시 서명(오른쪽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은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5형 시험발사 준비를 끝낸 정형보고’라는 제목의 군수공업부 문건에 “시험발사 승인한다. 11월 29일 새벽에 단행! 당과 조국을 위하여 용감히 쏘라!”고 썼다. 조선중앙TV 캡처
○ 김정은이 핵 완성 선언한 배경은?
북한은 앞서 ‘정부 성명’에서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주장했다. 북한의 정부 성명은 1990년대 이후 이번이 여덟 번째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핵무력 완성’을 주장한 건 이례적이다. 북한은 7월 화성-14형 발사 다음 날 정부 성명에선 주로 미국을 겨냥해 원색적인 경고를 날리는 데 집중했다. 9월 김정은은 김일성 이후 처음으로 북한 최고지도자 이름으로 성명을 냈다. 이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두고 ‘늙다리 미치광이’라며 비난했지만 스스로 ‘핵무력 완성’을 주장하진 않았다.
동시에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등 ICBM 실전 배치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아직 확실히 얻지 못한 상황에서 일단 ‘지르고 보자’식으로 ‘핵 무력 완성’을 주장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75일 동안이나 도발을 멈췄던 건 안 한 게 아니라 이전과 다른, 미국의 관심을 끌 기술 개발을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미국에 북-미 협상을 촉구하는 시그널을 보냈다는 해석도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한 건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에 ‘이제 협상할 준비가 됐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태평양 수소탄 실험할까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1번째다. 김정은이 다시 도발에 나서면서 태평양 수소탄 실험에 나설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태평양과 같은 대양(大洋) 상공에 핵미사일을 쏴 터뜨리면 방사능 피해는 줄이며 위력은 최대치로 보여줄 수 있어 전시효과가 극대화된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9월 유엔 총회 기간에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상에서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무튼 북한은 이번 도발을 시작으로 한국 정부의 주요 이벤트마다 훼방을 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다음 달 한중 정상회담 전후가 고비다. 북한이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력한 추가 도발 시점으로 보고 있다는 징후도 발견되고 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