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리면 가계부채 큰부담, 환율 급락에 수출경쟁력 추락 투기 잡으려 보유세 도입하면 실물경제 가라앉을 우려까지 최저임금·한미FTA 놓고 지지층이냐, 전체 국민경제냐… 선택해야 할 때가 닥쳤다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첫 번째가 금리 문제다. 미국은 당장이라도 기준금리를 올릴 기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바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시장 분위기는 12월 인상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국내 시장 전문가들도 열이면 아홉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잡거나 국내 자금의 급격한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랬을 경우에 닥칠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렵다. 1419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금리 부담이 늘어날 것이 뻔하다. 1%포인트 대출금리 인상은 14조 원 이상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킨다. 가뜩이나 장사가 잘 안 돼서 생활자금으로 가계대출을 끌어다 쓰는 형편에 이자까지 올라간다면 이들 자영업자의 생활형편은 어떻게 되겠는가. 게다가 금리 인상으로 투자가 위축되거나 소비가 줄어든다면 실물경제는 어찌 될 것인가.
세 번째로는 보유세를 포함하는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 도입 문제다. 지난 몇 달 동안 정부는 6월 19일, 8월 2일, 10월 24일 등 세 차례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여러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보유세(특히 종합부동산세) 강화 같은 강력한 억제책을 도입해야 할지 고민 중인 듯하다.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면 당연히 도입해야 하겠지만 살얼음 같은 실물경제를 죽이지 않으려면 부동산 경기를 세게 가라앉힐 수도 없는 고민이 있다.
네 번째로는 최저임금 문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이미 7530원으로 정해져 있다고 하나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의 범위가 무엇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매달 지급되는 기본급과 수당 등이야 당연히 최저임금에 포함되겠지만 숙식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나 매달 지급되지 않는 상여금 등 비정기적이거나 가변성이 큰 일시적 급여는 통상 최저임금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들 복리비와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새로 산입되지 않는다면 업계는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렇다고 복리비나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면 최저임금 상승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근로자들이 아우성이다. 최저임금 범위를 기존처럼 좁게 잡으면 기업이 어렵고 넓게 잡으면 근로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다.
다섯 번째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문제다. 아직 양국 간의 쟁점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지만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한국 회사 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권고조치를 보면 협상이 순조로울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략적이든, 아니면 실제적이든 미국은 자동차를 포함한 제조업, 금융, 서비스, 지식재산권은 물론 농업부문에까지 전방위 개방 공세를 취해 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반도체 특수에 기댄 경제성장률 3.2%에 도취돼 앞으로 다가올 5겹 경제파고를 제대로 잘 헤쳐 나가지 못한다면 대통령 지지율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부담이 온통 국민의 몫이 되고 만다. 내년도 중국의 대규모 반도체 공급 개시가 걱정이 되는 이유다.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