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차장
법 개정의 필요성을 두고 오랜 공방이 이어져 온 사안이다.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요건 완화와 함께 ‘노동개혁 2대 지침’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임 한 달 만인 9월 2대 지침 폐기를 선언했다. 노조 측에 잔뜩 힘을 실어준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가 27일 오후부터 28일 밤까지 파업을 벌이고도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현대차는 6월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공급량을 맞추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기존 1공장 11라인 외에 엑센트를 만들던 12라인에서도 코나를 생산하려고 했다. 잘 팔리지 않는 차의 생산량을 줄이고 인기 차종을 많이 만들겠다는 건 회사로서는 당연한 경영적 판단이다. 그러나 울산에서만큼은 통하지 않는 상식이었다.
현대차의 1∼9월 생산량은 2015년 353만7573대에서 올해 326만9185대로 7.6% 줄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조8428억 원에서 3조7994억 원으로 21.5%나 급감했다. 특히 사드 갈등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죽을 쑤고 있다. 어느 때보다 국내 사업장의 뒷받침이 절실한데 노조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해외 딜러들은 절대로 제조사 사정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납품 지연은 치명적 리스크다. 글로벌 시장에는 현대차 대신 팔 수 있는 자동차가 널려 있다. 해외 딜러망은 구축은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를 너무 잘 알고 있다. 파업을 하면 사측이 조급해진다는 게 이들에게는 최대의 무기다.
현대차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관련 조항에 발목을 잡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차는 2013년 7월 맥스크루즈와 그랜드스타렉스의 시간당 생산대수를 32대에서 38대로 늘려야 한다고 노조에 요청했다. 울산 4공장의 노조는 1년 이상 이를 거부했다. 2014년 9월에야 생산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1년 2개월간 현대차가 허공에 날려버린 기회비용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울산 1공장 파업은 균형을 잃어버린 한국형 노사관계의 한 단면이다. 역설적이지만 대기업 노조가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워준 셈이다.
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