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정치부 기자
최고 관심사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의 만남 성사였다. 하지만 불발됐다. 남한 대표단은 당일 오찬회담에서 “청와대 예방 의사가 있으면 준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은 “(북한) 선수단 격려도 해야 하고 폐막식도 있고 해서 시간 관계상 어렵다”고 거절했다. 결국 이들은 인천 땅만 밟고 돌아갔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지금, 당시 상황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가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전환점으로 기대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인천발로 시작된 화해 분위기는 이듬해 8월 목함 지뢰사건, 2016년 1월 4차 핵실험으로 다시 싸늘히 식었다. 이제는 민간 교류나 인도적 지원마저 끊긴 ‘빙하시대’가 됐다.
이런 와중에 김정은은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는 대형 도발을 감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장 도발 휴지기’도 75일에 멈췄다.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한층 강해질 것이며 우리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평창에 데려오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병행돼야 한다. 북한의 참여는 남북관계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회의 안정적 개최와 흥행을 보장하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북한 못지않게 우리가 얻는 실익이 크다.
물론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피겨스케이팅 페어에서 평창행 티켓을 확보했지만 참석 여부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북한은 두 차례의 아시아경기(2002년 부산, 2014년 인천)엔 참석했지만 올림픽(1988년 서울)은 보이콧한 전력이 있다. 북한이 폐막식에 맞춰 인천에 3인방을 보낸 것은 금메달 11개를 따며 ‘톱10’에 든 성적이 배경이었다. 그러나 겨울 종목은 약하다. 북한은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만 땄다.
정부는 김정은의 도발에 강경하게 대처하면서도 평창 참가를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이번엔 우리가 먼저 ‘깜짝 쇼’를 펼칠 필요도 있다. 내년 1월 29일 선수 등록 마감까지 고작 두 달 남았다.
황인찬 정치부 기자 hic@donga.com